포항의 문화·예술을 찾아서
포항의 문화·예술을 찾아서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5.02.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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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문화예술회관의 대공연장
▲포항문화예술회관의 대공연장

많은 학우가 우리대학의 단점으로 ‘주변 문화시설 부족’을 말하곤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 인프라와 공연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문화·보건·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열리는 공연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공연의 건수의 62.0%를, 매출액의 86.0%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열린 공연의 매출액은 전국의 3.0%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 발전과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법정 ‘문화도시’를 지정하고 있다. 포항시는 2019년 7개의 1차 문화도시 중 하나에 선정됐다. 또한 포항시에서 자체적으로 문화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22년부터 ‘문화도시 포항’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포항시에는 총 23개의 문화기반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문체부 ‘2024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본지에서는 그 중 학교에서 가깝고 방문하기 좋은 문화시설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종합 문화예술공간 포항문화예술회관이 있다. 1995년 개관한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남구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대공연장은 총 278평, 973석 규모로 음악·무용·연극·오페라 등의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264석 규모의 소공연장과 약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공연장은 2020년 리모델링이 완료돼 내부가 깨끗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한다. 오는 3월 7일에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공연 ‘상선약수’가. 4월 12일에는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 2025’ 등이 열릴 예정이다.

기자는 지난 13일 열린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213회 정기연주회 ‘황제 그리고 브람스’에 다녀왔다. 이번 공연은 전 좌석 3천 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예매할 수 있었다. 우리대학에서 207번 버스를 타고 대잠사거리에서 900번 버스로 갈아타니 약 30분 만에 포항문화예술회관 바로 앞에 도착했다. 넓은 공연장과 많은 관객에 한 번 놀랐고, 연주자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까지 들리는 음향에 한 번 더 놀랐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연주도 매우 훌륭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에 관심이 있다면 포항시립교향악단과 포항문화예술회관의 일정을 유심히 보길 바란다.

▲인디플러스 포항(중앙아트홀)의 상영관
▲인디플러스 포항(중앙아트홀)의 상영관

둘째로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이하 인디플러스)이 있다. 인디플러스는 구 시민회관(시공관)이 철거된 후 2010년, 중앙아트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으며, 2017년에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새로 단장해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 영화 상영 및 공연이 가능한 262석(장애인석 5석 포함) 규모의 영화관에서는 하루에 한두 개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관람료는 영화와 좌석에 상관없이 3,500원이며, 포항 소재 대학 재학생 할인이 있어 우리대학 학생은 2,800원에 예매할 수 있다.

기자는 지난 15일 인디플러스에 방문해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4, 팀 밀란츠 감독)을 관람했다. 학교에서 207번 버스를 타고 육거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보 3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상영관의 크기였다. 근처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 포항(최고 210석)과 CGV 북포항(최고 185석)보다 넓은 관을 가지고 있었다. 상영작도 인상 깊었다. 한국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외국 예술 영화 등 폭 넓은 라인업을 보여줬다. 지난 상영작들을 보니 △추락의 해부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장손 등 포항 소재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아 서울까지 올라가서 봤던 영화들이 걸려있었다. 대규모 상업영화는 어느 때나 상영하고, 시간이 지나면 OTT에 올라오고, DVD가 발매된다. 반면 독립영화는 때가 지나가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다. 인디플러스는 대기업에 밀린 영화를 조명하고 있었다. 또한 곳곳에 비치된 영화 포스터와 영화 관련 잡지·서적 등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보고 싶었는데 상영관이 없어 아쉬웠던 영화가 있다면 인디플러스의 시간표를 한 번 살펴보고 홈페이지에 상영 요청을 넣어보길 바란다.

그 외에도 학교 근처 곳곳에 문화시설이 있다. 우리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문화시설은 효자아트홀이다. POSCO가 운영하는 효자아트홀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 영화 상영,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도보로 3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그리고 포항시청에 위치한 대잠홀에서는 주로 지역 예술가의 공연이 열린다. 현재 어린이·가족 공연이 다수 예정돼 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동빈문화창고 1969’도 있다. 구 수협 냉동창고를 새로 단장한 이곳에서는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전시 등 굵직한 행사가 열렸다. 아직 임시운영 중으로, 앞으로 열릴 전시가 기대되는 공간이다.

수도권에 비해 포항에 위치한 문화시설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포항에서는 포항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문화가 녹아있는 예술을 즐길 수 있다. 포항 시민극단, 포항 토박이 작가, 포항 소재 스튜디오가 만들어 낸 작품이 궁금하지 않은가. 규모가 작을수록 더더욱, 한 명의 관객도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된다. 주변 문화시설에 방문해서 지역 문화예술에 힘을 보태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