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 졸업생과 가족 여러분, 총장님을 비롯한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이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먼저 어려운 과정을 훌륭히 마치고, 오늘 영예로운 학위를 받는 827명의 졸업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그동안 사랑하는 자녀를 희생과 정성으로 뒷바라지하시고, 오늘 졸업의 영광을 함께 나누게 되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열정과 헌신으로 제자들을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1986년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설립된 포스텍은 교육과 연구, 산학연 협동을 통해 국가와 인류에 봉사하겠다는 건학이념 아래, 우리나라 고등교육계에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왔습니다. 짧은 역사, 비영어권 국가, 비수도권 소재 대학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2024 중앙일보 이공계대학평가’ 1위,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에서 발표한 ‘2024 소규모대학평가’ 2년 연속 세계 2위 등 포스텍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우리 교직원 여러분과 선배들의 헌신과 함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졸업생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포스텍의 위상을 드높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그동안 포스텍에서 수준 높은 학문적 지식을 체득하고,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세계 곳곳을 경험하며, 실력과 열정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포스텍은 열정 가득했던 배움터에서 학창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한 모교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짧게는 2년에서부터 그 이상의 시간을 보냈던 캠퍼스를 떠나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된 여러분들의 모습에서 숨길 수 없는 긴장과 설렘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캠퍼스 밖의 세상이 항상 즐겁고 여러분들이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생이란 긴 항로에 있어 풍랑을 맞을 수도 있고, 때로는 큰 암초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여러분이 접하고 배운 학문적 진리와 순수성이 사회에서는 그대로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과학적인 사유가 각광받는 것도 아니고, 젊음의 용기와 패기가 언제나 환영받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의 양극화와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가치와 잠재력이 빛을 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을 향하여 닻을 올리고 출범하는 여러분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졸업생 여러분, 그럼에도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십시오. 자신의 신념을 믿으며 묵묵히 전진해 나아가십시오. 여러분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명을 지닌 지성인이자, 자랑스러운 포스테키안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회의 운명은 그 사회를 이끄는 지성의 역할에 크게 좌우됩니다. 우리 지성인들은 끊임없이 이 시대, 이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선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포스텍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여 그 책무를 다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으로도 친숙한 고전소설, ‘그린 게이블의 앤(Anne of Green Gables)’에서 다루고 있는 삶의 교훈과 자세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앤 셜리는 자신이 처한 여러 어려움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인생과 자연에 대한 자유롭고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력,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지닌 친구로, 소설의 마지막 이야기 주제인 ‘길모퉁이’에서 앤 셜리는 사람의 앞길엔 언제나 구부러진 길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며, 그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앞으로 무엇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희망과 포부를 품고 결단을 내릴 것이라 얘기합니다.
앞으로 졸업생 여러분들이 걷게 될 길에도 아마 수많은 ‘길모퉁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름길이 아닌 멀리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좁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여러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기회와 소중한 인연들이 기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길모퉁이를 마주했을 때, 포스텍에서 갈고닦은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곳 포스텍에서의 시간은 떼어낼 수 없는 여러분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강의실과 교정 곳곳에 남은 여러분의 흔적은 후배들에게로 이어질 것입니다. 젊은 날의 정신적 고향 포스텍을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포스텍 교정에서의 추억이 앞으로 펼쳐지는 여러분의 삶에 활력제로, 때로는 회복제로 살아 숨쉬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과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힘차고 밝은 미래를 위하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