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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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2.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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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Seung Keun Kim
김성근 / 총장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오늘은 치열한 학문적 탐구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여러분이 이룬 성취를 기념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먼저 이 자리까지 오기 위해 흘린 여러분의 땀과 눈물을 기억합니다. 또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늘 격려와 응원을 해 주신 학부모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여러분을 지도하며 이끌어 주신 교수님들,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은 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내빈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빛나는 성취를 뒤로 하고 이제 여러분은 다음 여정을 떠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원 진학이건, 박사후연구원이건, 군복무이건, 취업이건 이제 여러분은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들로부터 배우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상처받고 위축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힘들 때 찾아가는 세 가지 장소와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새벽에 수산시장에 가서는 뜨거운 삶의 열정을 보면서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낮에 공항에 가서는 여행자들의 들뜬 모습을 보면서 꿈이 말라버린 자신을 일깨운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녁의 장례식장에서는 인생의 한계와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자신의 삶을 겸허함으로 돌아보게 된다고 합니다. 

포스텍에서 시작한 배움의 길은 여러분이 교문을 나선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교육은 그때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다음 문장은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은 아니지만 그가 1931년 뉴욕주립대 연설에서 문과와 이과 과목 중 어디에 비중을 둘 지에 대해 어느 쪽도 편들지 않겠다고 하면서 인용한 것입니다. ‘교육은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잊어버리더라도 남게 되는 그 무엇이다’(Education is that which remains, if one has forgotten everything he learned in school). 특정 과목이나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깥세상에 나가서 어떤 지식인으로 살 건가, 어떻게 평생 지식인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을 건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포스텍 교문을 나간 뒤의 성장을 위해 저는 여러분에게 우리를 ‘왜소하게 만드는 거인’들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힘 있고 유명하고 재미있고 화려한 사람들은 여러분을 성장시켜 주지 못합니다. 성장은 우리가 왜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서 출발하며 그 계기는 거인을 만나는 것입니다. 혹시 직접 만나지 못하면 논문이나 책, 또는 작품 등을 통해 만나도 좋습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기 위해서는 먼저 거인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면서 그중에서 본받을만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오늘날 혼란스러운 세계와 우리나라를 보며 우리는 해답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이 10년, 20년, 30년 뒤에 그런 거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크고 유명하게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문제에 도전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이름 없이 봉사하는 이들이 진정한 거인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인 줄 압니다. 그러나 교문을 나서는 순간 우리에게 남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저는 그것을 ‘마음속 불씨’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진 다음 문장을 곱씹어 보기 바랍니다. ‘교육은 그릇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피우는 것이다’(Education is the kindling of a flame, not the filling of a vessel). 길을 잃을 때는 그 불꽃으로 방향을 찾아가며 진정한 거인들을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들과의 동행을 통해 언젠가는 여러분 자신이 남들에게 어깨를 내주는 거인이 되도록 성장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 서서 39년 전 이 학교를 설립하였던 거인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지금 여러분의 반짝이는 눈 안에 작은 거인의 꿈이 싹트고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제 포스텍에서 지핀 작은 불씨 하나씩 가지고 용감하게 교문을 걸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앞길에 큰 성취와 보람, 그리고 우리를 왜소하게 만드는 거인을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