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밝은 희망을 안고 여러분께 반가운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024년은 제2 건학의 원년으로서 의미 있는 여러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국내외에서 우리대학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위상을 한껏 높인 한 해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교수님과 직원 선생님들의 노고와 함께, 빛나는 원석 같은 우리 학생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개혁은 올해도 이어져 포스텍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 되려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최근 불안한 국제정세, 어두운 경제전망, 그리고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우는 침체의 그림자가 자칫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2023년 9월, 총장 취임사를 통해 포스텍의 향후 4년을 항해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항해에서 예상치 못한 폭풍과 암초를 만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진로에 장애물을 만날 때에는 우리와 같은, 아니 우리보다 훨씬 힘든 길을 헤쳐나갔던 다른 이들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어느 미국 대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대학은 설립 후 이틀 만에 전쟁으로 인해 4년간 휴교를 했던 학교입니다. 재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Morrill Land Grant)을 받아 개교했지만 그마저도 ‘개점휴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종전 후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생 부족으로 인해 끊임없이 재정위기에 몰려 수업이 중단된 적이 여러 번이었고 20년도 채 안 되어 폐교의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습니다. 막강한 인근 대학에 의해 무려 여섯 번의 인수합병 시도를 당한 끝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여 학교가 없어질 직전까지 내몰렸지만, 다행히 반독점법을 적용한 법원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이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교 후 50년 만에 강 건너 인접 도시로 캠퍼스를 이전하고 나서야 겨우 발전의 전기를 맞이합니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힘든 과정을 거친 이 대학은 다름 아닌 현재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MIT입니다.
무릇 모든 ‘위대함’ 뒤에는 역경의 극복이 있습니다. 포스텍이 단순히 좋은 대학이 아니라 위대한 대학이 되고자 한다면 필수적인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한 해 설사 우리 앞에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나타나더라도 우리에게 폭풍 너머를 보는 시야와 암초를 헤쳐갈 용기와 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항로를 수정케 하거나 도착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결코 우리의 목적지를 가로막거나 바꾸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저는 2025년은 어쩌면 제2 건학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새로운 제도들이 추가로 도입되는 것은 물론, 교수 유치와 학생 모집에서 큰 변화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와 달라진 입시환경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반영하여 새로운 입시제도도 도입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학부에서 외국인 신입생을 받아들이는 첫해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활발한 국내외 교류와 다양한 행사, 그리고 적극적인 홍보는 학교 안팎에서 바라보는 포스텍의 모습과 위상을 크게 바꿔 놓을 것입니다. 새롭게 들어설 건물들의 설계작업이 진행되면서 새 캠퍼스의 위용도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개교 40주년이 이제 2년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새해 첫날을 열며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마치 새로운 대학을 세우는 듯한 꿈과 목표를 갖게 되기 바랍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대학의 모습을 갖춰 나가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각자 주춧돌을 놓는 2025년이 되기 바랍니다. 올 한 해 우리 포스텍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25년 1월 1일
총장 김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