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밥약 문화는
우리대학의 밥약 문화는
  • 양지윤, 이주형 기자
  • 승인 2025.01.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대학 밥약 문화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밥약 문화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신입생이 들어오는 학기 초에는 개강총회와 MT처럼 선배와 후배 간의 안면을 트고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가 한창이다. 이처럼 선배와 후배가 모이는 장소에서 꼭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밥약 가주세요!”, “밥약 걸어~” 와 같이 ‘밥약’을 잡는 말이다. 몇 차례 이야기가 오고 가다 보면 어느새 카카오톡 방이 만들어지고 약속 날짜가 정해진다. 이맘때쯤 지곡회관은 밥약을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항상 인산인해다.

밥약이란

‘밥약’은 ‘밥 약속’의 줄임말로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문화를 말한다. △분반 선배 △모교 선배 △동아리 선배 △SMP 선배 등 접점이 있는 선배와 함께 식사할 기회이기도 하다. 밥약을 위해서 후배는 먼저 선배와 만난 자리에서 대화한 후 수락 의사를 듣는다. 이후 전화번호를 교환하거나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통해 카카오톡 방을 개설한다. 보통 선배 2명과 후배 2명으로 하나의 밥약 모임이 형성된다. 밥약은 일반적으로 식당과 카페의 조합으로 이뤄지지만, 가끔 카페가 피시방이나 노래방으로 바뀌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선배가 술을 사는 ‘술약’, 한 선배와 밥약을 3번 갈 경우 입장을 바꿔 후배가 밥을 사는 ‘보은’ 등 밥약으로부터 파생된 여러 문화가 있다. 밥약을 간다면 선배는 식사를 사고 후배는 택시비와 카페비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대학만의 밥약 문화는

본지는 우리대학 구성원의 밥약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24학번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총 81명의 응답을 받았다.

우리대학 구성원의 경우 82.7%(67명)가 분반 선배와 첫 밥약을 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다음으로는 모교 선배 9.9%(8명), 동아리 및 자치단체 선배 6.2%(5명) 등이 있었다. 처음으로 밥약을 가는 대상이 주로 분반 선배인 이유는 △새내기배움터 △개강총회 △MT와 같은 대학에서의 활동이 분반을 중심으로 처음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밥약에 후배로 참여한 횟수와 선배로 참여한 횟수는 제각각이었지만 한 사람이 선배와 후배로 참여한 횟수는 대부분 같았다. 아직 선배가 되지 못한 24학번을 제외한 응답자 46명 중 91.3%(42명)는 선배로 참여한 밥약의 횟수와 후배로 참여한 횟수가 1:1 비율에 가까웠다. 

또한 현재 우리대학 학생들만의 밥약 문화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알아봤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단골 밥약 코스는 식사 후 카페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는 93.8%(76명)를 기록했으며 한 번의 밥약에 약 2~3시간가량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장소로는 △효자시장 35.8%(29명) △포항효자웰빙타운SK뷰아파트 근처(이하 SK뷰) 34.6%(28명) △대이동 28.4%(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식당가를 도보로 방문하기에 어려운 우리대학의 특성상 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되는데, 약 5,000원 대의 택시비 선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학생들이 생각하는 식사의 1인분 기준 가장 적정한 가격대는 15,000원~20,000원이 67.9%(55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10,000원~15,000원이 25.9%(21명)로 그 뒤를 이었다. 위치와 가격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추천 맛집과 카페로는 효자시장의 △요기쿠시동 △순이 △담박집 △바르벳 △위트리와 SK뷰의 △식탐 △폭폭타이 △바람의 뜰 △연어선생 △핸즈커피 △요신의 하루 및 대이동의 △등촌샤브칼국수 △청춘밥상 △밥스버거스 △화로상회 등 다양한 답변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밥약은 실제로 선후배 간 친밀감 형성에 도움이 될까.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본 결과는 ‘그렇다’의 비율이 45.7%(37명)로 가장 높았고 ‘매우 그렇다’가 29.6%(24명)를 차지했다. 답변의 이유로는 ‘많은 대화를 통해 친해질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 ‘친해지고 싶은 선후배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자리기 때문’ 등이 있었다. 과반수 이상의 답변이 밥약 문화가 친밀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긍정적이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아니면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여러 번 밥약을 가야 큰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음’ 등의 답변과 같이 소모적인 만남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그 외에도 밥약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는 △특정 자치단체에서는 아웃백으로 밥약을 간다 △다른 밥약 팀과 함께 4:4 밥약을 갔다 △선배가 밥을 결제하려 했는데 지갑을 놔두고 왔다 △고등학교 후배인 줄 알았는데 분반 후배였다 등 다양한 경험을 적은 응답자가 있었다.

더욱 즐거운 밥약이 될 수 있도록

더 나은 밥약 문화를 위해 학생들이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이 있을까. 밥약 비매너에 대한 조사 결과 △당일 약속 취소 △밥약 이후 인사하지 않기 △약속 시간 지각 △3회의 밥약 이후 보은을 가지 않는 후배 등의 답변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밥약 문화에 대해 우리대학 학생들이 바라는 점으로는 △후배의 적극적인 메뉴 선정 △선배의 식당 추천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기 △적극적인 대화 참여와 인사 잘하기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밥약 문화가 친목의 목적이 큰 만큼,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약속 이후에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대부분이었다. 

밥약 문화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잠시 시들해졌지만, 현재는 선후배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자리로써 활기를 띠고 있다. 맛있는 식사와 따스한 대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학업으로 지친 일상 속에 한 줌의 생기를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