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굿즈, 작은 물건 하나가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아이돌 팬덤 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굿즈는 이제 △출판사 △OTT 플랫폼 △공공기관까지 확장되면서 새로운 마케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굿즈는 더 이상 부가적 상품이 아닌, 브랜드의 정체성과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다.
OTT 플랫폼과 출판업계는 굿즈 마케팅의 선두 주자로 나서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굿즈 마케팅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숍(Netflix Shop)’을 통해 △티셔츠 △머그잔 △가방 △열쇠고리 등 다양한 브랜드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NETFLIX’ 로고가 새겨진 침대 트레이나 영화·드라마 포스터를 활용한 상품들은 실용성과 소장 가치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출판업계에서도 굿즈 마케팅의 열풍이 일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도서 외에도 각종 굿즈를 판매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예시로 최근 경기도박물관과 협업해 조선 화가 장한종의 그림 ‘책가도’를 활용한 독서대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런 협업은 전통 예술과 현대 소비 트렌드를 결합해 문화적 가치를 더한 굿즈로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예스24의 올해 1~3분기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2% 증가했다. 알라딘 역시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피너츠 △어린 왕자 △서커스 보이밴드와 협업한 굿즈를 내놓으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들도 굿즈 열풍에 동참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청의 캐릭터 ‘봉공이’는 ‘2024 대한민국 지자체·공공 캐릭터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온라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액 1억 4,600만 원을 기록했다. 또한 △서울시의 ‘해치’ △전남 광양시의 ‘매돌이’ △대구시의 ‘도달쑤’ 등 지자체 대표 캐릭터들은 귀여운 인형과 열쇠고리 등으로 제작돼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상징 캐릭터인 ‘해치’를 활용한 굿즈 마케팅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해치’는 15년 만에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고, 새로운 캐릭터인 ‘소울프렌즈’로 청룡·백호·주작·현무까지 추가로 개발해 다양한 취향을 반영했다. ‘해치&소울프렌즈’ 굿즈는 △노트 △L자 파일 △포스트잇 메모지 △마스킹테이프 등 문구류와 △머그잔 △아크릴 열쇠고리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은 “아이돌 팬덤에 국한됐던 굿즈 문화가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라며 “이제는 일반인도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굿즈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굿즈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중심이 된 ‘뮷즈(MU:DS)’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뮷즈’는 뮤지엄(Museum)과 굿즈(Goods)가 결합한 단어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된 유물을 활용한 상품을 의미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2022년 자체 브랜드 ‘뮷즈’를 출시한 이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뮷즈의 매출액은 149억 원으로, 전년도의 117억 원 대비 27%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대표 굿즈는 단원 김홍도의 ‘전 김홍도 필 평안감사향연도’를 활용한 변색 소주잔과 국보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다. 변색 소주잔은 매달 예약 판매 때마다 조기 매진되며 인기를 끌고 있고, 미륵보살 미니어처는 출시 이후 3만 2,000개 이상 팔렸다. 또한 달항아리 오브제, 금동대향로를 본뜬 향로 등 실용성과 인테리어 효과를 동시에 갖춘 상품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은 “단순한 기념품에 그쳤던 박물관 상품이 이제는 박물관과 유물의 가치를 사는 문화로 바뀌었다”라며 “젊은 세대의 관심이 특히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굿즈 문화는 이제 산업을 넘어 일상과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굿즈를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치를 소유하는 경험을, 기업은 강력한 마케팅과 수익 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출판사와 OTT 플랫폼의 한정판 굿즈 △지자체의 캐릭터 상품 △박물관의 뮷즈까지 다양한 산업이 굿즈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소장 욕구를 넘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굿즈 마케팅은 더욱 창의적이고 세분화된 방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고, 일상 속에 스며드는 굿즈의 힘은 앞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