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만남이 있으면 작별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작별이 많은 것 같다. 졸업으로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 꿈을 찾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 새로운 출발을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등 각자 저마다의 길로 나아간다. 12월의 끝이 다가올수록, 작별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감사의 말을 아낀 것을 후회한다. 이번에는 말해야지, 다음에는 정말로. 잊고 있었던 찰나, 어느 날 문득 돌아본 나는 커다래진 감사함만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내가 잠시 잊은 사이 마음 한쪽에는 잊어버린 말들이 쌓이고 있었다. 방황하던 때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동아리 선배님들의 조언,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지도해 주신 포항공대신문사 선배님들, 항상 나에게 응원의 말을 전해주는 친구들. ‘언젠가는 꼭 전해야지’ 하다가 결국 삼킨 말들은 점점 잊어버리다가 결국 전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흩어진 채 연말을 맞이하게 됐다.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고 작별하기에는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나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감사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담아둔 감사의 말을 글로나마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사를 쓰고, 친구들에게 잊어버렸던 ‘고마워’를 전한다던가, 시간이 지나 더 꽁꽁 뭉친 만큼의 감사함이 너무 늦지 않게 전달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더불어 내가 받은 감사함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었을 때나 도움이 필요했을 때 넘어진 나를 일으켜 준 많은 이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만큼의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비록 나 자신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과거의 나처럼 누군가가 도움을 요할 때 조금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나는 흔들리는 촛불처럼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여러 고민으로 가득 찬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을 막아 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항상 나에게 헤아릴 수 없는 감사함을 준 고마운 이들 덕택에 내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음을 기약하며 잠시 미뤄뒀던 감사 인사들, 문득 잊어버리고 마음 한편에 묻고 있었던 말들을 너무 늦은 건 아닐지 걱정하며 조심스레 꺼내본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모두가 걸어갈 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