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사회 전반에서 더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에서는 SNS 사용 규제를 강화하며,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논의 중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한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청소년 보호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2022년 미국 청소년 건강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2.6배 높았다. 최근 10년간 여성 청소년의 자살률은 167% 급증했으며, 연구자들은 SNS 사용이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 SNS 중독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아동(25.0%)이나 성인(22.7%)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시사한다. 스마트폰 과의존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의 35.5%는 장시간 사용 후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느꼈으며, 35.4%는 스마트폰 사용이 수면의 질을 저하해 불면증과 만성 피로를 초래했다고 답했다. 한편 스마트폰 사용 실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 SNS라는 사실이다. 지난 2023년에 발표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 플랫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SNS 중독으로 이어지며, 청소년들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주의력 △집중력 △학업 성취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SNS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발생하는 ‘팝콘 브레인’ 증상을 경험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팝콘 브레인은 미국 워싱턴대 정보대학원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한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자주 노출된 청소년은 뇌의 전두엽이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반응하며 내성이 생기고, 결국 팝콘이 터지듯 더욱 강한 자극만을 추구하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는 “평소 우리는 영화, 드라마, 아름다운 자연 등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팝콘 브레인 증상이 지속되면 평소 느꼈던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못 느끼게 된다”라며 “그 결과 충동적인 감정변화가 생기고 집중력 저하 같은 인지기능 감퇴도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SNS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메타 플랫폼스(Meta)는 인스타그램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10대 계정(Teen Accounts)’을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에서 시행 중이며, 18세 미만 사용자들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계정을 비공개 상태로 설정해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알림 서비스를 중단해 수면 방해를 최소화한다. 또한 사용자가 매일 60분 간격으로 앱을 종료하도록 권고하는 알림을 발송해 과도한 사용을 예방한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자녀의 SNS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가족 단위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메타는 이 서비스를 내년 1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SNS 사용 규제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을 새롭게 제정해 SNS 기업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 법률은 SNS 제공 기업에 불법 콘텐츠에 신속히 대응하고 서비스의 투명성을 강화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런 규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SNS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가 사용자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수 인종과 소외된 집단이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음이 지적되며, 규제의 방향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SNS 중독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는 현대 사회에서 SNS가 가져온 편리함 뒤에 숨겨진 심각한 문제들을 조명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된 ‘우리는 연결할수록 더 파괴된다’라는 문구는 SNS가 인간관계와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SNS는 오늘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연결되게 했지만, 그 반대편에서 사용자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관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지적되고 있다. 청소년을 포함한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스스로 디지털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균형 있는 삶을 유지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혜택을 누리면서도 건강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