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쉬어가도 좋다
가끔은 쉬어가도 좋다
  • 유영주 기자
  • 승인 2024.11.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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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으로 유명한 ‘모수’의 안성재 셰프는 아마추어 복싱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복싱에 진심이다. 운동하는 동안 그 한 시간을 버텨내는 것만 생각하며 삶의 압박을 잊고 겸손해진다는 말은 요즘의 나에게 큰 공감이 됐다.

늦은 저녁, 나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밖에 나갈 준비를 한다. 운동화를 신고 스마트 워치를 찬 채 형산강으로 갈 때면 알 수 없는 고양감에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러닝은 어느새 내 취미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대학에 헬스장도 있고 러닝머신도 있는데 왜 굳이 멀리까지 나가자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주변에 러닝을 추천하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동안은 많은 것을 잊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최근 몇 달간 좀 지쳤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고 보란 듯이 실패했다. 강의도 동아리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판을 벌였고 이를 수습하는 내내 후회했다. 친구와 부모님, 교수님 모두 내게 하는 일 중 몇 개는 잠시 내려놓고 쉬는 것을 추천했지만, ‘능력껏’ 하라는 그 말에 오기가 생겨 무엇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경험하며 얻는 것도 많았지만 바쁜 일정 속에 지치고, 좋아서 시작했던 일에 흥미를 잃어갔다.

이런 복잡하고 힘든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러닝이었다. 쉬는 시간을 쪼개서 달렸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기진맥진할 때까지 달리는 동안은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모든 과제와 일정을 잊고 공원의 끝이 보일 때까지 달리며 피로를 견디는 동안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고 방에 돌아와 씻은 뒤 책상에 앉으면 다시 열정이 샘솟았다.

러닝을 통해 느낀 점은 힘들 때는 좀 쉬어가도 좋다는 것이다. 전속력으로만 달리면 중간에 지쳐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린다. 일정 거리를 달리면 잠시 걸으며 숨을 고르듯 한 번의 질주만으로 삶이라는 긴 코스를 완주할 생각은 버려도 좋다. 우리는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며 취미나 휴식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길 권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기보단 자신의 페이스대로 중간중간 쉬어준다면 지치지 않고 종착지까지 달려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