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끝나가는 9~10월은 페스티벌의 달이다. 매우 큰 규모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작은 축제들이 전국에서 열린다. 본지에서는 경주 금리단길에서 열린 ‘황금카니발 2024’와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8회 칠포재즈페스티벌 2024’에 방문해 행사 현장을 취재했다.
경주 ‘황금카니발’의 현장 속으로
‘황금카니발 2024’는 올해로 세 번째 열린 신생 페스티벌이다. 작년까지는 ‘황남동 카니발’이라는 이름으로 황남동에서 하루만 열리다, 이번에는 규모를 키워 경주 금리단길 일대에서 사흘간 진행됐다. 타운형 페스티벌을 지향한 황금카니발은 주 무대인 봉황대나 노서리 고분군 같은 유적지와 지역 카페·식당 등 총 21곳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또한 맥주 페스티벌과 함께 열렸는데, 전국 15개 양조장과 협업해 출연 가수들의 특징을 담은 시그니처 맥주를 출시했다. △김창완 밴드 △하림 △크라잉넛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원로 가수들부터 △리도어 △박문치 △바밍타이거와 같이 떠오르는 신생 뮤지션까지 라인업이 다양하고 탄탄했다. 특히, △브로콜리너마저 △갤럭시 익스프레스 △페퍼톤스 등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활발히 활동한 인디밴드가 많이 출연했다. 가수 공연 외에도 토크쇼, 디제잉 등도 준비돼 있었다.
기자는 마지막 날인 29일에 방문했다. 넓은 공원이나 광장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페스티벌과 달리 황금카니발은 고분 앞 잔디밭과 상가를 알뜰히 활용했다. 잔디밭에서는 소품·수공예품 마켓을 열고, 도로와 주차장을 비워 식음료 및 맥주 부스를 설치했다.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리도 넉넉했다. 주변 상가와 협의해 화장실을 개방하기도 했다. 공연 외 모든 부스는 티켓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족 단위 손님도 많이 보였다. 볼거리가 많고 이용하기 편한 것은 물론, 축제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경주와 금리단길을 알아가도록 설계됐다.
둘째 날 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밴드 ‘불고기 디스코’였다. 멤버 모두가 전(前) 밴드에서 이름을 날린 프로들인 만큼 뛰어난 연주 실력과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그 다음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한옥 북카페 ‘문정헌’에서 공연을 진행했는데, 무대가 매우 작고 관객의 시야 확보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밴드의 뜨거운 펑크 록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결국 담을 넘어 무대 뒤편 공터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크라잉넛’이 무대에 올랐다. 관객의 열띤 호응에 크라잉넛은 앵콜로 무려 5곡을 더 연주했다. 이후 메인 무대에서 ‘페퍼톤스’와 ‘글렌체크’의 공연을 감상했는데, 함성이 두 거리 건너까지 들릴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황금카니발의 기획, 무대, 그리고 관객까지 신생 지역 페스티벌이라고 믿을 수 없이 능숙했다. 매년 규모가 커지고 개선된 만큼 내년이 기대되는 페스티벌이다.
포항 ‘칠포재즈페스티벌’의 분위기 속으로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칠포재즈페스티벌은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다. 매년 다양한 재즈 장르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축제는 9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진행됐으며 기자는 축제의 둘째 날인 29일에 방문했다.
먼저 칠포해수욕장 상설공연장까지 셔틀버스가 마련돼 있어 편한 이동이 가능했다. 탑승 장소와 시간은 칠포재즈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됐다. 입장 티켓의 경우 1일권은 5만 원, 2일권은 8만 원으로 온라인과 현장에서 모두 구매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 장 내부는 △서서 무대를 즐기는 공간 △돗자리를 깔고 앉는 공간 △구비된 의자가 있는 공간으로 나뉘었지만 자유롭게 다니며 앞에서 무대를 즐기는 것도 가능했다. 그 외에도 야외에는 △푸드트럭 △주류코너 △푸드존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
페스티벌의 둘째 날은 오후 4시 ‘A-FUZZ’의 무대로 시작을 알렸다. ‘A-FUZZ’는 Funk와 Jazz계의 Ace가 되겠다는 뜻을 팀명에 담은 한국의 퓨전 밴드이다. 보컬 없이 △기타 △키보드 △드럼으로 구성된 ‘Breeze’와 ‘SALTY’를 비롯한 여러 곡을 연주했다. 다음 차례는 일본의 팝밴드인 ‘야마자키 루트 14밴드’였다. 야마자키 루트 14밴드는 일반적인 밴드 구성에서 트럼펫이 추가됐는데, 공연 내내 트럼펫의 파워풀한 에너지를 잘 보여줬다. 이어서 두 밴드의 콜라보 공연이 진행되고 해가 저물어갈 때쯤 네 번째 순서로 인디록밴드 ‘나상현씨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나상현씨밴드’는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I Feel Like You Do’, 작은 위로와 응원을 담은 ‘축제’ 등의 노래를 연주했다. 4인조 남성 가수 그룹 ‘노을’도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노을의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유명한 노래들이 나오자, 관객들도 함께 따라 부르는 모습이 펼쳐졌다. 마지막 가수는 2년 연속 참가하게 된 ‘장기하’였다. 장기하 특유의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무대 퍼포먼스까지 어우러져 페스티벌은 뜨거운 반응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축제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문화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포항 인근에서 진행하는 축제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적절한 날씨와 함께 어우러지는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