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2024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특히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선정되며 큰 화제가 된 가운데, 우리대학 학생들의 Nobel Week 파견을 앞두고 수상 내용을 돌아본다.
생리의학상: miRNA의 발견과 작동 원리의 규명
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생리의학상은 올해 메사추세츠 의대 빅터 앰브로스 교수와 하버드 의대의 게리 러브컨 교수가 수상했다. 이들은 마이크로 RNA(이하 miRNA)를 처음 발견하고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miRNA는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며, △유전병 △암 △DNA 복구 등과 관련해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리학상: 인공신경망을 통한 머신러닝 기법
물리학상은 프린스턴대의 존 홉필드 명예교수와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는 인공지능에서 최근 주요한 방법론으로 굳어지고 있는 딥러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존 홉필드는 1982년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안하며 서로 다른 뉴런들이 점차 연결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며 반복적으로 네트워크의 상태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불완전하거나 부분적인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기존 학습된 패턴으로 회복할 수 있는 ‘연상 기억’ 개념을 인공신경망에 도입하며 패턴 인식에 대한 포문을 연 인물로 꼽힌다. 제프리 힌튼 교수는 더 나아가 통계 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은 볼츠만 머신을 제안했다. 이는 입력 데이터의 확률 분포를 학습하는 생성 모델로, 인공신경망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두 컴퓨터 과학자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데 부정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물리학을 접목한 획기적 방식임은 분명하지만, 기존 물리학상의 수상 기조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화학상: 인공지능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의 예측 및 설계
화학 부문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연구자가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2016년 알파고를 개발해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 수석 연구원이 수상했다.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모델링하는 ‘알파폴드’ 시리즈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단백질을 디자인하는 일명 ‘드노보 디자인’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로제타폴드’를 개발했다. 국제학술지인 Science는 2021년 최고의 연구 성과 중 첫번째로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을 꼽으며 알파폴드2와 로제타폴드를 꼽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를 두고 “놀라운 연구 성과”라고 칭하며 “단백질 구조의 완전히 새로운 장을 열었다”라고 평했다.
문학상: 인간의 연약함을 폭로한 강렬한 시적 산문
문학상은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냈다”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을 보여준 점을 크게 평가했다. 특히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책을 꼽으며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2016년 맨부커상 △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2024년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거장 문인의 반열에 들게 됐다.
평화상: 반핵 평화를 위한 처절한 노력
평화상은 일본의 니혼 히단쿄(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에게 돌아갔다. 니혼 히단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후 결성한 단체로, 피해자들의 진술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펼치며 핵무기 금지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노벨 재단 측은 ‘핵무기로부터 세상을 자유롭게 만들고자 한 공로’를 수상 이유로 밝혔다.
경제학상: 국가 간 빈부 격차에 대한 이론적 근거
경제학상은 △MIT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 △MIT 사이먼 존슨 교수 △시카고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 간 빈부 격차에 집중하며, 그 격차에 대한 답을 사회 제도에서 찾았다. 특히 식민지 중 민주적이고 포용적 제도를 도입했던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와 비교 분석하며 그 효용을 입증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수상 이후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권위주의 정권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말하며, 민주주의적이고 포용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국가 성장에 이롭다는 입장을 전했다.
AI가 본격적으로 노벨상 수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세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명히 놀랄만한 성과지만, 그간 기초과학과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에게 시상한 것과는 맞지 않은 수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파격의 연속이었던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스웨덴 스톡홀름, 12월 6~12일에 진행되는 Nobel Week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