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여전히 코로나19가 대유행했지만, 띄어 앉고 조용히 본다는 조건으로 공연이 다시 열리던 무렵이었다. 뛰지도 못하고 떼창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옷이 펄럭일 정도로 큰 드럼 소리,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2시간 내내 불러준다’라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금요일에 학교가 끝나면 롤링홀, 프리즘홀 등 홍대 공연장으로 달려가 인디밴드의 공연을 봤다. 공연에 가지 못하거나, 해외 밴드를 좋아할 때는 라이브 영상을 열심히 봤다. Muse의 2007년 웸블리 공연은 얼마나 많이 돌려봤던지 이젠 영상을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재생할 수 있다. 화면에서만 보던 가수를 내한 공연에서 직접 봤을 때는 믿기지 않아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고 본 첫 공연이 2022년 ‘뮤즈온데이’ 3일 차였다. 처음으로 함성을 지를 수 있었던 공연인 동시에 처음으로 스탠딩석(입석)에서 본 공연이었다. 이날 크라잉넛을 처음 봤는데, 에너지 넘치는 펑크록을 부르며 무대를 뛰어다니는 모습과 관객들을 장악하는 무대매너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노래를 몰랐음에도 펄쩍펄쩍 뛰며 후렴을 되는대로 따라 불렀고, 이날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공연이 됐다.
문화면 ‘스트레스는 저 멀리, 포항 근처 페스티벌 탐방’에 소개된 ‘황금카니발’에서 크라잉넛을 얼마 전 다시 만났다. 좋은 공연에서는 노래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 현실을 잊은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온다. 이번 공연은 15곡 내내 그런 순간의 연속이었다. 무대에 완전히 빠져들어 다음날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취재 후 써야 하는 기사도 생각나지 않았다. 공연 후 나의 우상과도 같은 멤버 한경록의 피크를 받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한 상태가 학교에 돌아올 때까지 이어졌다. 정말 오랜만에 근심·걱정 없이 순수하게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올해 STadium(과학기술특성화대학 체육대항 및 교류전)부터 동아리 ‘Steeler’의 이름으로 무대에 직접 올라야 한다. 완벽한 연주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도 아무 생각 없이 무대 위 나의 에너지와 열정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