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배리어 프리, 휠체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캠퍼스 내 배리어 프리, 휠체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 정유현, 김수진 기자
  • 승인 2024.09.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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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RC에서 공학관으로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기숙사 지역의 급한 경사와 불규칙한 노면을 지나야 한다. 78 계단을 올라간 뒤에는 턱을 내려가 횡단보도 없는 차도를 건너야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 이나 좁은 철제 경사로를 거쳐야하는데, 이 경사로를 올라가도, 출입카드를 찍고 밀고 들어가야 하는 출입문 때문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배리어 프리’란

‘배리어 프리(Barrier-free)’는 사회적 약자의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한 운동을 말한다. 계단 대신 경사로를 설치하고, 턱을 없애는 것 등이 배리어 프리에 해당한다. 우리대학이 배리어 프리, 그중에서도 휠체어 접근성을 얼마나 잘 고려하고 있는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이하 모담)과 우리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이하 장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우리대학의 길은

아래 사진은 우리대학 일부의 휠체어 접근성을 정리한 지도다. 주요 건물로 이어지는 길이 접근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동할 수 있는 길은 잘게 끊겨있어 사실상 건물 내부와 가까운 건물로만 이동할 수 있었다. 학생증을 태그하고 밀어야 열리는 문이 많은 것도 어려움을 가중했다. 그 결과 총 53개 중 31개를 스스로 이용할 수 없었다. 외부의 길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도 이동이 어려운 곳이 많다. 예를 들어, 무은재기념관 엘리베이터는 매우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입구를 지나거나 1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따로 담당자에게 전화해야 한다. 교내 셔틀버스도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대체할 이동 수단이 없다. 휠체어를 타야 한다면 학습권을 강하게 침해당하게 된다.

박승아(생명 21) 모담 위원장은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실제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규정 맞추는 것 이상으로 학생의 생활과 이동 동선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학교에 장애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대학의 다양성이 부족해 너무 비장애인의 시야에 갇혀서 사는 것 같다. 소수자의 시각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자료제공 김민수(기계 20), 백지수(산경 20), 김민성(수학 21),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
▲자료제공 김민수(기계 20), 백지수(산경 20), 김민성(수학 21),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모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업무는

우리대학은 장애 학생의 교육여건 및 환경의 개선을 통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장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지원센터의 전반적인 운영은 학생지원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입학팀 △학사팀 △생활관운영팀 △학술정보팀 △총무팀 △상담센터 △교육혁신센터에서 각각 직원 한 명씩 장애지원센터의 일원으로서 장애 학생 지원에 관한 업무를 겸하고 있다. 장애지원센터는 △학습 △생활복지 △시설설비 △상담 △진로 등 장애 학생 생활 전반의 편의 증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시설 분야에서는 보행 환경 개선 공사와 기존 건물 내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등의 업무를 중점으로 한다.

장애인 편의 시설 현황은

우리대학은 건물을 신·증축할 경우 의무적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편의 시설을 설치하고 장애인 협회의 검토를 받는다. 한편 기존 건물의 경우 구조적 제약이 없는 범위에서 장애인 편의 시설을 보완하고 있다.

휠체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경사로 설치가 필수적이다. 우리대학은 생활관을 제외한 대부분 건물에 경사로가 설치돼있으나, 일부 경사로는 법적 설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임시 구조물 형태를 하고 있다. 신축 건물들은 모두 규정에 맞는 경사로를 포함해 지어지지만, 오래된 건물은 구조상 경사로를 설치하기 어렵거나 경사로를 설치할 여유 공간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승강기 또한 생활관을 제외한 우리대학 내 대부분의 건물에 설치돼있으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건물은 구조적·공간적 조건과 비용 측면에서 설치에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우리대학 내에는 장애인 화장실 설치가 되지 않은 건물이 다소 많은 편이다. 건립 당시의 장애인 화장실 설치에 대한 규정이 현재와 달랐기 때문에 시설운영팀은 기존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을 추가 설치하거나, 리모델링 시에 장애인 화장실을 포함한 편의 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건물은 휠체어 회전 반경만큼의 여유 공간이 없어 화장실의 전체 구조를 변경하거나 양변기의 개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5월 진행된 발달장애 단원 앙상블 공연 장면
▲올해 5월 진행된 발달장애 단원 앙상블 공연 장면
장애인 편의 시설 개선 방안은

우리대학은 장애 학생의 편의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휠체어가 우리대학을 자유롭게 드나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장애지원센터는 장애 학생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난 6년간 매년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공사를 추진했으며, 특히 건물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될 때 경사로와 승강기 설치를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C5의 바닥 점자 보완 △경사로 난간 설치 △장애인 화장실 시설 보완을 진행 중이며 추가로 강당 및 지곡회관의 장애인 편의 시설을 보완할 예정이다. 장애지원센터는 “우리대학은 장애 학생이 많지 않은 관계로 그간 배리어 프리의 필요성을 대학 차원에서 크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필요에 의한 개선이 아닌 사회의 필수적 요건임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접근성은 물론 우리대학 구성원의 인식 개선 측면에서도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연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요즘, 우리대학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양적·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리모델링 사업과 연계하거나 별도 사업을 편성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5월에는 장애 인식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발달장애 단원 앙상블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장애지원센터 측은 “건물 구조적 문제와 예산의 우선순위에 따라 이용 인원 및 빈도가 적은 건물의 경우 보완이 더딜 수 있다”라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장애지원센터를 통해 좋은 의견을 준다면 추후 관련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고하겠다”라며 적극적인 개선 의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