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예술패스의 등장, 문화생활 비용 부담은 퇴장
청년문화예술패스의 등장, 문화생활 비용 부담은 퇴장
  • 이주형, 양지윤 기자
  • 승인 2024.09.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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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화예술패스 소개 포스터(출처: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브리핑)
▲청년문화예술패스 소개 포스터(출처: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브리핑)

중·고등학교 시절 문화 활동을 즐긴 경험이 있는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 볼 나이지만 모순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학업 병행과 비용 측면의 문제점이 학생들의 문화 활동을 막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발표한 ‘2023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15~19세 연령의 학생들은 문화 행사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시간 부족(24.3%)과 비용 문제(22.7%)를 꼽았다. 이렇게 학생들의 문화 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에 대한 대책으로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부터 청년문화예술패스(이하 청년패스)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청년패스는 문화 활동에 대한 청년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예술창작활동과 문화예술시장의 간접적 지원,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주민등록상 2005년을 대상으로, 1인당 국비 10만 원과 지방예산 5만 원으로 구성된 최대 15만 원의 문화예술 관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 관람비를 청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먼저 실시됐다. 스페인은 연간 최대 400유로, 이탈리아는 500유로를 제공하며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200유로와 300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해당 국가들도 18세 청년이라는 특정 연령으로 정책을 펼쳤으며 그중 먼저 실시했던 프랑스는 현재 지원 연령을 15~18세로 확대했다. 한국도 올해 처음 시행되는 만큼 19세 한정, 240억 원의 규모로 출발하지만 점차 지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청년패스의 신청 기간은 올해 3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이지만 선착순 16만 명에게만 발급되고 지역마다 발급 인원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8월 23일 기준 포항시의 발급률은 55%였다. 인터파크 티켓과 YES24 티켓 중 한 곳에서 발급할 수 있으며 발급을 진행한 예매처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예매처마다 관람할 수 있는 공연·전시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청년패스 홈페이지에 방문해 확인 후 결정해야 한다. 관람할 수 있는 공연·전시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전시 등이다. 학기 중 주로 포항에 있는 우리대학 학생들에게는 경상권의 문화 콘텐츠를 추천한다.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진행하는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 또는 ‘2024 부산비엔날레’, ‘영웅’과 같이 부산·대구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대신 △대중가요 콘서트 △팬미팅 △페스티벌 등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이런 혜택이 있는 청년패스가 시행된 지 약 반년이 지난 현시점, 사업에 대한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실제 2005년 출생 이용자들의 사용 후기와 정책 관련 의견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패스를 이용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을 관람한 A 학생은 “고등학교 때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가 없어 문화생활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올해 청년패스를 이용해 처음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청년패스를 통해 관람할 수 있는 장르가 뮤지컬, 미술 전시회, 클래식 공연 등으로 한정돼 조금 딱딱하거나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평소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껴졌던 장르에 한 발 더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관람할 작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해당 장르들에 대한 사전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뮤지컬 ‘시카고’를 관람한 B 학생은, 지원금을 통해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평소 문화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던 주변 친구들까지 문화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보니 청년패스가 청년 문화생활 발판 마련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어 지원금을 받더라도 사용처가 한정돼 있다. 지방 소도시에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되거나 교통비 지원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인터뷰 결과 직접적으로 금전적 지원이 이뤄진 부분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뤘지만, 아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올해 시행된 청년패스는 이용자가 2005년생으로 한정됐기에, 20세 이상 청년의 경우 지자체별 문화예술 향유 지원 프로그램을 잘 찾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는 ‘서울청년문화패스’를 통해 소득 기준에 따라 20세~23세 청년을 대상으로 공연예술 분야 관람 지원비를 인당 연간 20만 원 지급한다. 전라남도 또한 문화복지카드 지원사업을 통해 소득 기준에 무관하게 연간 25만 원을 지급하며, 경상도 등 지자체는 기획 공연이나 청년 문화 교류 행사 등의 형태로 문화예술 향유 지원 사업을 제공한다.

청년패스 사업 시행을 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문화생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시행된 첫해인 만큼 한정된 패스 사용처, 05년생 이전 출생자들을 위한 혜택의 부재 등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 간 문화 격차와 같이 문화 향유의 근본적인 장벽이 되는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우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사업 시행 대상과 콘텐츠가 확대된다면 청년 문화생활 향유에 있어 지속적인 선순환을 도모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