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주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 펫코노미
반려동물이 주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 펫코노미
  • 김윤철, 유영주 기자
  • 승인 2024.09.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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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반려인의 관심이 뜨겁다(출처: 조선일보)
▲반려동물 산업에 대한 반려인의 관심이 뜨겁다(출처: 조선일보)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고 반려동물이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요즘 반려동물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 고양이부터 도마뱀,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규모뿐 아니라 대상이 되는 종류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25.7%에 달하는 552만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의 개체수 증가와 동시에 한 마리당 필요한 양육비 역시 증가해, 현재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사업 규모는 4조 9,731억 원에 달한다. 저출산 분위기 속에서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는 경우가 늘고 1인 가구의 새로운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펫코노미’는 앞으로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Pet’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이다. 

최근 △식음료 △ICT △관광 등 다양한 업계가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펫코노미의 핵심은 애완동물을 넘어서 반려동물을 마치 한 명의 가족으로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으로, 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반려인들을 공략하는 다양한 분야의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앵무새를 돌보고 훈련하는 앵무새 호텔, 반려견을 위한 디저트인 ‘멍푸치노’ 등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이 다양화되고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반려동물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반려동물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해 시범 운영한 강릉의 안목해수욕장은 4,000여 명의 반려인이 찾으며 성공적인 반려동물 여행 명소로 자리 잡았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해수욕장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이런 반려동물 친화적 서비스는 단순한 다양화를 넘어 높은 가격에 반려동물을 위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소비로도 연결되고 있다. 반려견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목욕탕과 숙박 시설을 갖춘 애견 호텔, 홍삼이나 전복 등의 재료를 사용한 반려동물용 보양식 등이 반려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구찌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초호화 패션업계는 고품질 반려동물용품 라인을 선보여 반려인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반려동물 편집숍 비엔비엔 김민지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산업은 사료, 장난감 등 필수용품 제공 위주에서 벗어나 펫 오마카세, 펫 호텔, 펫 택시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식주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소비를 넘어 디지털 산업이 결합한 ‘펫코노미 2.0’ 시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정 KPMG 경제연구원이 올해 6월 발간한 보고서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에 따르면 최근 반려동물 의료 시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은 사료량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사료 그릇 △배설량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화장실 △위치 추적기가 부착된 스마트 목걸이 등 반려동물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하는 디바이스가 출시됐다. 또한 수의사와 비대면 영상 상담을 통해 질병을 진단받는 원격진료 플랫폼이나 AI 기반 바디 스캐너로 반려동물의 체외 이상 징후를 진단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큰 만큼 디지털 기술 기반의 헬스케어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펫코노미 2.0의 또 다른 사업군으로는 펫 금융이 있다. 최근 펫 금융 상품은 반려인을 타깃으로 한 적금, 카드 사업부터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위한 펫 보험까지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 특히 펫 보험의 경우 올해 3월 손해보험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펫 보험 가입률은 1.4%에 불과하지만, 잠재성이 높은 시장으로 분석됐다. 전통 보험사를 중심으로 펫 보험 사업이 확대되고 있어 반려인의 구매를 이끌기 위한 보험 상품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산업의 긍정적인 전망이 지속되자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 부처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 조사에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2년 약 8조 원에서 2032년 2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만큼, 반려동물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형성됐다. 육성 대책에는 반려동물 시장 내수 활성화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R&D 및 인프라 지원 전략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선진국형 산업으로 우리나라는 초기 발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펫휴머니제이션, 기술혁신 등 급변하는 시장과 국내 및 해외 반려인의 눈높이에 맞춰 반려동물 먹이를 포함한 연관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 중 하나로 인식하고, 가치 소비하려는 반려인이 늘어남에 따라 펫코노미는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직 세부 사업별로 뚜렷한 절대강자가 없어 블루오션으로 분류됐다. 이제까지는 블루오션에 뛰어든 기업들의 전초전이었다면, 앞으로는 각 기업이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시점이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반려인의 수요에 다가서고 구미를 당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