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와 발맞출 최형두 의원을 만나다
과학기술계와 발맞출 최형두 의원을 만나다
  • 오유진, 김윤철 기자
  • 승인 2024.09.0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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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의원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R&D와 인재 확보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우리나라도 입법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이공계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지난 6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손지원 연구기획조정본부장은 “기술 패권 인재 전쟁으로 전략기술 분야 해외 취업은 가속화될 전망으로 이공계 인재가 양질의 일자리에서 역할을 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내에는 18개의 상임위 및 상설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각 분야에 맞는 의정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중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과학기술 전반의 정부 부처 및 산하 공공기관을 소관하는 상임위로, 국내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입법 심사를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기술보다 방송통신에 치우쳐진 의사진행이 주를 이뤄 국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인공지능(이하 AI) 기본법과 같은 과학기술 법안이 방송 청문회에 밀려 과방위 내 계류 중이며, 이공계 처우 개선과 R&D 예산 증액에 대한 논의도 미진하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과방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과방위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본 인터뷰에서는 과방위 소속 최형두 의원을 만나 상임위 심사 및 의정활동 계획을 들어봤다. 최 의원은 22대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와 함께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과학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최 의원은 여러 법안 발의와 포럼을 통해 과학기술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냈다.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국민연금 기금이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지난달 7일에는 정동영 의원과 함께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포럼’을 열고 과학기술계 전문가들과 AI 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과방위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과 국회 내 역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과방위는 △과학 법안소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총 4개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는 대략적인 논의를, 소위원회에서는 해당 소위가 다루는 사항에 대한 보다 집중적인 논의를 거쳐 과학기술 및 방송통신계에 걸친 국회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우주항공청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소관하며 국회 내에서 과학기술 및 방송통신과 관련된 법안 심사·발의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과방위 여당 간사와 과학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과방위 내 역할과 임기 내 목표는 무엇인가. 

과방위의 간사는 과방위원장의 부재 시 업무 수행을 대신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여야 간사 2명 중 야당 측 간사가 우선적으로 업무 수행을 대신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간사로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나는 앞서 말한 4개 소위원회 중에서도 1소위인 과학 법안소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로 원자력 안전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과학기술 분야 법안과 관련한 사항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상임위원회에서는 법안 상정 및 개정과 관련해 대략적인 토론만을 진행하기에,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법안을 8월 21일에 배정받은 후 본격적으로 법안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임기 내에 현재 화제가 되는 AI를 비롯한 여러 주제와 관련해 소위원회 위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특히 국회가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뒤처져 있다고 느끼는 만큼 과학기술계 현장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며 의미 있는 법안을 여럿 추진하고자 한다.

방송 관련 여야 정쟁 속 과학기술 법안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다. 그에 따라 많은 과학기술 법안이 계류된 채 국회에 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과방위에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을 분리하자는 제안을 자세히 들려줄 수 있는가.

과방위는 과학기술과 방송통신 분야를 모두 다루는 기구인데 현재 지속적으로 방송통신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여당으로서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논의의 책임이 있는 만큼 방송통신 관련 여야 정쟁이 과학기술 분야 논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장기적으로 방송 지배구조에 관한 부분만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만들거나 방송통신 분야는 따로 상임위원회를 두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에서 이런 식으로 방송통신에 대한 논의만 진행할 것이라면 과방위를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서 국회도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6개의 인공지능 관련 법안이 과방위로 회부됐다. 소위 ‘AI 기본법’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AI 기본법에 대한 논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AI를 전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것과 AI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 정보 보호나 기본권 침해 등 윤리적인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양자의 논리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대체로 우리 국회를 보면 여당은 주로 AI 성능 향상에 관심이 많고, 야당은 규제 논의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AI를 활용해 과학과 교육,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I 디지털 교과서 보급과 육성 △AI 기반 맞춤형 교육 △K-클라우드를 통한 의료 혜택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본법에 대해서는 많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오기도 한다. 아쉽게도 현재 과방위원 중 과학기술 전문가가 적기 때문에 포스텍 학생 및 연구자와 같이 과학기술 정보통신 분야를 책임질 세대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AI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고 문명사의 전환을 가져올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걱정이 발목을 잡고 지체하게 되면 나라 전체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그렇다고 촉진과 육성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되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AI 법안과 관련해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가겠다.

R&D 예산 삭감에 대응하는 예산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과방위 간사와 예결위원으로서 R&D 예산 증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이공계가 많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R&D 예산의 경우 올해 증액을 한다. 지난해 R&D 예산 삭감의 경우 국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R&D 예산만 증가시키기 어려워 벌어진 일이었다. 일률적으로 전체 예산을 감축하면서 R&D예산도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과기부 장관과 함께 예산을 복원하고, 포스텍과 같이 글로벌과 경쟁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곳에 예산을 집중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당장의 성과를 떠나서 이공계 학생들의 연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번에 예산을 증액했다. 지난 정부 때 국가 부채가 급증해서 재정을 정상화하는 과정인 만큼 이공계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앞으로 믿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이공계 처우 개선을 위해 의정 활동 중 어떤 분야에 방점을 둘 계획인가.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공계 중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가장 인기 있는 대학은 공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 매우 아쉬운 심정이다. 나와 같은 세대는 ‘이공계 R&D가 나라의 미래다’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이공계에 대한 처우가 수십 년 동안 좋지 않았고,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도 없고, 외국에 취업할 기회가 많아지게 되며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아예 의학 계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젊은 세대가 안정되고 확고한 일자리를 선점하려는 현상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다. 의대 선호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공계에 대한 획기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옛말에는 ‘어느 정권이 되든 심지어 북한이 쳐들어와도 이공계는 필요하기 때문에 살려준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이공계 연구자가 우리나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재들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공계 처우 개선을 위해 학생과 연구자가 바라는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듣고 더욱 적극적으로 토론을 주도해 나가겠다.

구체적으로 관심이 가는 이공계 이슈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다. 예컨대 이런 말이 있다. 국내 모 대학 총장과 스탠퍼드 대학교 총장이 만나서 서로 자기 대학 자랑을 했다고 한다. 국내 대학교는 총리가 몇 명이 나오고, 장관이 몇 명이 나오는 등 졸업생이 주요 인사로 성장했음을 자랑했다. 반면 스탠퍼드 대학교는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과 그 기업에서 창출한 일자리 수를 자랑했다고 한다. 포스텍과 같은 우리 이공계 대학들이 포항과 영남 일대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이 있다. 정부와 기업은 자신들이 성공한 경험에 따라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모험도, 투자도 하지 않는다.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는 포스텍 학생들이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방안을 깊이 고민하겠다. 

의정 활동의 영역에도 인공지능, IT 테크 등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것을 체감하는가. 

우리 의원실만 해도 여러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슬랙과 노션 등으로 보좌진들이 소통하고 있고, Webex 등을 활용해 화상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ChatGPT와 같은 AI를 활용해 입법 기초 조사를 하는 것도 국회 내 유행 중 하나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며 하나씩 경험을 넓혀가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성장을 위한 국회의 입법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과학기술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과 교수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데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여러 국가가 경쟁하는 초기 기술 확보, 국가적 전략 기술에 대해서는 투자와 재원의 규모 때문에 민간이나 대학에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마땅히 나서야 하고, 국회가 입법으로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