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이언맨이 못마땅하다. 군수업자 재벌이 자경단 노릇을 하고 다니는데, 시민들은 아무 불만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한 번이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봤다면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 것이다.
‘더 보이즈’는 짧게 말하면, 히어로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복수극이다. 메인 플롯은 고전적이지만, 서브 플롯의 메시지는 어떤 사회고발물보다 깊다. 초능력자가 존재하는 공상과학 세계지만 우리의 삶과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재밌는 설정은 ‘보우트(Vought)’사다. 보우트는 일종의 슈퍼 히어로 소속사로,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을 관리 및 홍보하고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이다. ‘바디 포지티브’라며 여성 히어로에게 노출을 강요하는 장면은 현실의 영화 제작사가 생각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사고를 앞세워 군대가 히어로와 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히어로가 “나는 우월하다”라며 막말을 뱉으면 대중들은 솔직하다며 열광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 은 장면 아닌가?
그래서 주인공들은 결국 슈퍼히어로가 아닌 대기업에 맞서게 된다. 빠른 전개와 깔끔한 선악 구분을 좋아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점점 커지기만 하고, 주인공들은 지긋지긋하게 안 뭉친다. 하지만 이게 요즘 작품에서 보기 힘든 매력이다. ‘사이다’의 시대에서 오랜만에 천천히 곱씹어볼 여지가 있는 드라마였다.
‘더 보이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많으니 시청에 주의하길 바란다. 현재 시즌4까지 공개됐으며 2026년에 마지막 시즌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