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E와 ADOR 경영진, 두 K-POP 공룡의 싸움
HYBE와 ADOR 경영진, 두 K-POP 공룡의 싸움
  • 조원준, 김태린 기자
  • 승인 2024.06.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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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좌)와 하이브 방시혁 의장 (출처: 연합뉴스)
▲경영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좌)와 하이브 방시혁 의장 (출처: 연합뉴스)

지난 4월 22일, HYBE(이하 하이브) 측에서 자회사 ADOR(이하 어도어) 경영진들이 올해 초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민희진 대표(이하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시작했다. 같은 날 하이브 측은 어도어 주주총회를 소집해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했다.

민 대표는 “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라며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오히려 민 대표 해임이 하이브 자회사 빌리프랩의 걸그룹 ILLIT(이하 아일릿)이 자사의 걸그룹 NewJeans(이하 뉴진스)의 콘셉트와 안무를 카피했다는 항의 서한을 하이브 측에 보낸 것에 대한 보복성 해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지난 4월 23일부터 △경영 기획이 작성된 어도어 내부 문건 △여론전과 소송 등 세분화된 계획이 담긴 문건 △경영권 탈취에 대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구체적인 경영권 탈취 정황 내용이 담긴 증거들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이어서 지난 4월 25일 3시,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 측의 주장에 대한 반론과 그들의 안하무인한 태도를 고발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 부대표가 작성한 문건이 하이브의 협박에 의해 작성한 건이라며 경영권 탈취에 대해서 해명했고, 하이브 측에 부대표와의 삼자대면을 청했다. 이와 동시에 하이브 측은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약 135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대중들 사이에서 ‘세기의 기자회견’이라고 불리며 민 대표가 당시 입고 나온 옷이 완판되는 등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하 방시혁 의장)이 뉴진스의 싱글 앨범 ‘Ditto’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당시 “즐거우세요?”와 같은 불순한 의도의 질문을 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으며, 걸그룹 △여자친구 △에스파 △박지원 하이브 CEO △이수만 전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등 유명 인사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내자 대중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개XX들이”, “이 XXX끼들이”등의 강도 높은 비속어를 사용하며 격양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점도 해당 기자회견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으로 실시간 송출되는 공식 석상에서 일관된 태도로 감정적이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직장인의 애환을 시원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민 대표는 발언 중 한국 음반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민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포토 카드’를 이용해 음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꼬집어 지적했다. 포토 카드는 해당 음반의 아이돌 멤버들 사진이 그려진 카드로 스트리밍으로 대체돼 가는 음악 시장에서 음반 판매량을 올리는 데에 핵심이 된 사업 아이템이다. 포토 카드 종류는 △뽑기로 제공되는 포토 카드 △팬 사인회 때 제공되는 포토 카드 △판매처 자체 제작 미공개 포토 카드 △기획사 자체 제작 포토 카드 등 다양하며 종류별로도 그 개수가 매우 다양하다. 음반시장은 음반에 포토 카드를 무작위로 한 장만 넣어서 판매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포토 카드가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사야 하는 시스템을 구성해 막대한 수익을 벌고 있다. 또한 음반에 참석자를 무작위로 추첨하는 팬 사인회 응모권을 포함해 팬 사인회에 당첨되기 위해서도 음반을 여러 번 사야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 음반으로만 음악 시장이 구성돼 있던 시절 H.O.T. 그룹이 판매한 앨범 판매량은 100만 장이었으나 역대 가장 높은 초동 음반 판매량을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500만 장 기록하는 등의 통계자료도 이런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랜덤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포토 카드 제도를 비판하며 “지금 음반시장 너무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7일 민 대표는 31일에 예정됐던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의 해임안 안건에 대한 하이브의 찬성 의결권 행사를 법적으로 막아달라는 취지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30일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라며 하이브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기는 했으나, “방법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서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며 하이브의 찬성 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는 지난 5월 31일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자”라며 하이브 측에 화해를 제안한 상황이다.

현재 하이브 측이 지난 4월 25일 고발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판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이 일부 인용됨에 따라 사건은 일단락된 모양이다. 하이브 측과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 △배임 혐의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등의 쟁점을 두고 싸웠지만, 민 대표의 1차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명과 암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엔터테인먼트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