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코로나19 위기 경보는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사실상 종식됐지만 팬데믹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의 빚 상황은 2022년 이후 지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NICE)평가정보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에 의하면 올해 3월 말 기준 335만여 명의 개인사업자가 가진 금융기관 대출금액이 총 1,112조 7,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의 유행 전인 2019년 말 209만여 명의 자영업자가 보유했던 738조 600억 원의 대출금액에서 4년 3개월간 51% 증가한 수치다. 대출금액과 함께 기존 자영업자 가운데 37% 정도를 차지하던 대출자의 비율은 60%까지 증가했다. 연체된 대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55% 급증해 27조 원까지 불어나 부실 위험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점점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며 대출의 질 역시 나빠지는 중이다. 자신의 보험을 담보로 보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받는 보험약관대출과 국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에서 진행하는 신용대출인 카드론 대출액은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원인은 장기화된 고금리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소비에 있다. 지난해 국내 내수에서 소매판매액은 2022년 대비 1.4% 감소하며 2년 동안 국민의 소비량은 꾸준히 줄었고 그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영업 여건이 악화했다. 이에 정부가 개인사업자 대출의 상환유예를 지원했으나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누적돼 현재에 이르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 또한 주된 원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폐업해야 할 상황에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일부 대출금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소상공인 금융지원으로 적자를 보며 계속 가게를 운영하는, 이른바 ‘좀비 자영업자’도 생겨나고 있다.
2019년에서 올해 3월 말까지 자영업자 대출자와 대출금액이 각각 60%, 51% 증가한 것에 더불어,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대출자)의 전체 대출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약 2배 늘었다. 그에 따라 전체 대출금액 중 연체자가 보유한 대출 비중은 2.8%를 도달했다. 이와 같은 대출자의 증가는 금융기관 안정성 악화 및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자영업자 중 3개 이상의 금융기관 및 대출원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아 추가적인 대출 및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다중채무자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3월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약 173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자(약 336만 명)의 51%를 차지하며 자영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다. 지난달 21일,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개시됨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1인 자영업자’를 자처하거나 폐업 및 휴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계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800개·가맹점 1천 개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의 약 80%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자영업계의 경제적 상황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비단 자영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시스템 전반에 치명적이기에, 국가 차원에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금리가 낮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역자치단체 및 비영리단체 측에서 다양한 자영업자 지원책을 제공 및 확대하는 방안이 자영업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741명)은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64.0%) △에너지 비용 지원, 결제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 경영 부담 완화(47.8%)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인력지원 등 노동환경 개선(29.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 1차 회의를 열어 서민·자영업자의 경제 여건 개선을 위한 TF 운영계획을 논의했다. 서울시는 최근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 출산 가구 지원책을 내놓았으며, 강원도 강릉시는 10인 미만 사업장 및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앞으로도 자영업계를 향한 다양하고 실속 있는 경제적 지원 및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