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네이버가 공들여 성장시킨 일본의 라인야후를 둘러싸고 데이터 주권 전쟁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네이버 측에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고 소프트뱅크에 경영권을 넘기도록 압박에 나섰다. 실질적인 사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행정 지도로 인해 한일 양국의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고, 우리 정부까지 나서며 외교적 긴장감 또한 고조됐다. 라인야후는 국내 플랫폼 기업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인 만큼 사건의 발단과 해결 과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라인 사용자 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의 악성 코드 감염으로 인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을 두고 네이버가 라인의 개인정보를 위탁해 관리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해석한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 지도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통상적인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넘어 ‘자본 관계 재검토’까지 요구하면서 점차 논란이 불거졌다. 정보통신 업계는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네이버 측에 라인야후 지분을 정리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의 행정 지도가 표면적으로는 ‘보안 강화’를 위한 처분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자국중심주의’와 ‘데이터 보호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인 플랫폼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재팬’이 지난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19년 더 큰 성장을 위해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와 경영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양사는 지주 회사 산하로 경영을 통합했고, 지난해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합병을 거쳐 ‘라인야후’를 새롭게 출범했다. 그리고 현재 라인 플랫폼은 일본 내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국민 메신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인야후 출범 당시 야후 재팬의 모기업인 소프트뱅크와 라인의 모기업인 네이버는 라인야후를 A홀딩스라는 중간 지주사에 위탁해 지분을 동일하게 배분하는 구조를 택했다. 현재 라인야후 주식의 65%를 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으며, A홀딩스의 보유 주식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한일 공동 소유의 글로벌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일본 사회 내 라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며 라인야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자국의 대표 플랫폼을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일본 내 여론이 확산하며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라인야후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8일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라며 네이버 측에 지분 매각을 요구 중이라는 점을 공식화했다. 또한 그는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겠다”라며 네이버로부터 기술 독립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라인야후는 이사회를 열고 라인야후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퇴임 건을 의결했다.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 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며 라인야후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개편됐다. 이어 다음날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 경영자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본 관계를 조정하라는 행정 지도 이후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네이버와의 지분율 조정을 강력하게 요청해 왔다”라며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권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도 지난달 10일 성명서를 통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과 관련한 갈등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양측 정부 간 외교적 긴장감도 점차 고조됐다. 일본 정부가 행정 지도를 내놓은 뒤 줄곧 미온적 태도를 견지했던 우리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강력 대응 방침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지난달 14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라며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개입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이날 대통령실은 “라인야후가 오는 7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네이버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당분간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인한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라인야후 사태는 7월까지 보류되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라인 플러스 등 네이버의 동남아 사업을 담당하는 라인 후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 문제가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에 따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매각 협상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가 ‘데이터 주권’을 명분 삼아 장벽을 세우는 지금, 라인야후 사태는 향후 해외 진출 기업의 성공 여부를 가를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인야후는 우리 기업의 원천 기술이 적용되고 공들여온 플랫폼인 만큼 데이터 주권 전쟁에서 네이버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민관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데이터 주권 보호를 주요 경제 안보 의제로 설정하고, 추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외교적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기술과 데이터가 곧 국력으로 직결되는 시대인 만큼 민관이 협력해 우리 기술과 데이터 유출을 최소화하는 결론에 이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