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시의 최대 이슈는 단연코 의대 정원 확대일 것이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수험생부터 재수생, 다니던 직장을 쉬고 의대에 도전하는 사람까지 생겨 지난달 5월 치러진 모의고사 응시인원은 지난해 5월보다 15,000명가량 증가했다. 27년 만에 1,509명의 의대 정원이 증가한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大)의대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나는 의대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과연 의대를 지망하는 사람 중에 정말 환자들을 살리고 의학을 연구하는 일에 열정을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물론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의사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요즘에는 사회적 지위나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이 의사라는 직업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소신 있게 산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우연히 접한 천문학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지금은 반도체라는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나의 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학 입시 결과나 다른 사람의 말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이나 진로를 정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공대에 다닌다고 그 사람이 공학을 직업으로 가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모든 일에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단지 이 사회는 넓은 들판이며 내가 밟고 지나가는 곳이 곧 나의 길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돈에 자신을 끼워서 맞추다 보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로 길을 잃고 말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때로는 무모할지라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영원히 남을 소중한 경험이고, 설령 한계를 느끼고 되돌아가도 내가 그 길을 걸었다는 발자국은 평생 남을 것이다. 이십 대 초반, 인생이라는 들판을 이곳저곳 밟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돈 역시 직업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돈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말지도 모른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요즘 돈보다 중요한 것이 몇 개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몇 개의 가치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포스테키안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