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평생 얼마나 많은 마음을 상상 하고 읽어내게 될까. 가까운 대인관계부터 복잡한 사회생활까지 나를 둘러싼 인생의 미션을 완수하는 데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면 자신과 타인의 ‘마음 읽기’가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불투명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성질을 가져서, 뚜렷한 속을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
책 ‘나주에 대하여’는 뾰족한 구석과 예민한 영역, 불안정한 순간으로부터 나오는 못생긴 마음들을 솔직하게 쓴 단편집이다. △질투 △부러움 △열등감 △합리화 △비굴함처럼 누구나 가져봤던 못생긴 마음, 앞으로 가지게 될지도 모를 단편적인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부끄럽고 못생긴 내 마음을 읽어내 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단편 ‘꿈과 요리’에는 대학 시절 멀리, 또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보던 수언과 솔지가 등장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매개로 미묘한 신경전을 잇던 두 친구는 ‘쟤가 보기에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 서로에 대한 부러움은 너를 무시하고 싶다는 심술과 맞닿아 있어서, 수언과 솔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진짜 마음을 숨긴다. 누구보다도 능동적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솔지는 졸업 후 은행원이 되며 꿈보다 현실에 타협한다. 반면 수언은 꿈을 놓지 않고 도전해 영화 비평 공모에 당선된다. 그 사실을 들은 솔지가 좋아함보다 앞선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면서, 둘 사이를 채우던 질투와 불만이 서러움의 형태로 터진다. 둑처럼 터진 너와 나의 밑바닥을 곱씹으며 둘은 후회의 끝을 달린다. 민망함을 숨기려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다가 ‘그래서 얘를 미워하면서도 좋아했지’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이해하면 후련해 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솔지’같은 면과 ‘수언’같은 면을 가진다. 마음을 읽는 일이 어렵고, 마음을 읽히면 부끄러운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상에 스며들기 위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못생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잘 주물러서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