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이 의사결정 하는 데 있어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게 가장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학생은 그 의사결정이 진행되는지조차 몰랐거나, 알더라도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있다. 이들의 의사도 수렴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끊임 없이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대학과 긴밀하게 협의 및 견제하며 학생의 권익 실현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이번 ‘총장님께 대신 건의드립니다’는 총 학생회의 목적에 매우 걸맞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말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거친 비판까지 학교에 서슴없이 전할 수 있었으며, 학교 측의 즉각적인 답변을 얻기까지 했다. 비록 학교로서는 학생들의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지라도 앞으로 정의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훌륭한 양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먼저 학생들의 의견이 지속해서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 기획뿐만 아니라, 학생 및 학교 사이에 건전한 의견 교환을 이룰 수 있는 채널의 확대가 필요하다. 결국 학교 측의 결정이 학생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은 대화의 부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학생과 학교의 위계관계를 드러내는 ‘건의’의 방식이 아니라,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하기를 바란다. 물론 학교 측은 우리대학의 대소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정할 수 있는 결정권이 있으므로, 학생과 학교 간 권력 차이를 완전히 극복하긴 어렵다. 하지만 학생들의 건의 중 괜찮은 것만 학교 측이 승인해 주는 위계적인 형식으로는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과 학교 간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며 논의할 수 있어야 학생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 및 학교 대표 일부만 만나 진행하는 간담회보다는 질문의 선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로 발전 했으면 좋겠다. 총학생회가 우리대학 학생을 대표하긴 하지만, 오롯이 모두의 의견을 다 전달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소외되는 의견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졸업장 발급 공장’으로 변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총학생회의 위신과 영향력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특히나 우리대학의 경우에는 학교 측에 대한 학생의 비판 의견을 공적인 자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대학에서 학교 측에 대한 비판을 가감 없이 담은 △대자보 △현수막 △시위를 여전히 진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학교의 좋은 점을 드러내고 칭찬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우리대학이 바뀌어야 할 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대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학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총학생회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