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숲 사이 사색의 공간
텍스트 숲 사이 사색의 공간
  • 김태린 기자
  • 승인 2024.04.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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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다는 것은 숲속에 난 오솔길을 걷는 것과 같다. 처음 오솔길을 걸을 때는 낯선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에만 집착하거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글도 마찬가지다. 순백의 종이에 빽빽하게 들어찬 글자들을 처음 봤을 때는 그 무게에 압도돼 도입부만 반복해서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글이라면 학을 떼고 싫어했던 내가 글을 좋아하게 된 것은 신문을 접하면서였다. 회색빛 신문지에 남겨진 검은 글자들을 통해 드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기사들 사이사이 배치돼 있던 사설들이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읊조린 이 짤막한 글들은 긴 호흡의 기사들을 읽던 나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휴식처였다. 사설을 읽으며 비로소 나는 나를 잠식한 상념들로부터 해방돼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내게 기자가 돼 자신의 글을 타인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사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사설은 불규칙하고, 자유롭다. 어떤 사건을 시의성 있게 객관적으로 다뤄야 하는 기사글과는 달리 사소한 것부터 무거울 수 있는 주제까지 넘나들며 자유분방하게 자기 생각을 남긴 사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로 하여금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간 텍스트들을 일방적으로, 그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나에게 있어 능동적으로 글을 읽고 사고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포항공대신문사에 지원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내가 신문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기자가 돼 종이의 작은 모퉁이에 나의 글을 작성할 기회를 얻었다. 일전에 내가 누군가의 사설을 읽고 잠시 소중한 사색에 빠질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잠깐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조그마한 공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