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가족 모든 분께 반가운 새해 인사드립니다. 해맞이라는 뜻의 영일(迎日)이라는 지명이 자리를 잡은 지도 1,000년이 넘었지만 ‘제2 건학’의 첫발을 떼는 올해는 영일만의 특별한 해맞이를 기대하게 됩니다.
옛사람들은 떠오르는 해와 함께 모든 것은 날마다 새롭게(日新) 시작된다고 봤던 것 같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날은 과거로 박제되고 그다음 날 다시 뜨는 태양과 함께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삶을 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개교 이래 13,500번 넘게 해가 뜨는 것을 지켜봤던 우리 포스텍도 올해는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가 아무리 화려해도 미래가 어둡다면 지나간 영화는 빛바랜 사진첩에만 남아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이 학교를 세우고 일군 분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그동안 기울어진 기둥을 바로 세우고 깨진 벽돌을 다시 쌓는 일에 팔 걷고 동참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대학개혁을 얘기합니다만 개혁은 대개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곤 했습니다. 개혁은 화려한 구호와 원대한 포부가 아니라 구체적 행위로 실행해야 합니다. 개념으로서의 개혁은 어렵고 난해하지만, 행위로서의 개혁은 단순합니다. 어제의 나를 잊어버리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일신의 자세만 있으면 됩니다.
작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보면 ‘대학은 미래의 인력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교수들은 96%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학생들은 41%, 고용주들은 11%만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학이 자발적으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비롯해 온갖 영역에서 전지구적 기술 범람(technology spill-over)이 일어나는 대변혁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대학은 낙오되고 도태될 것입니다. 신년사가 마냥 덕담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는 현실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변화의 출발선에 서서 앞을 내다봅니다. 아직 목표도 흐릿하고 가는 경로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포스텍이 다른 대학을 흉내 내지 않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최고의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한다면 기필코 소명을 다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4년이 원년이 될 포스텍 제2 건학사업을 통해 학생들은 전공 및 시공간의 경계가 없는 교육체제에서 자기 주도로 배움과 익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들은 충분한 공간과 첨단 시설을 이용해 자유롭게 연구하시면서 매년 업적에 따라 국제적 수준의 대우도 받으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비록 수도권 집중의 열풍이 거세지만 그럴수록 포스텍은 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명실상부한 세계적 대학을 지향할 것입니다.
한겨울의 깊은 어둠을 깨고 여명의 빛과 함께 떠오르는 저 태양과도 같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로운 출발에 대한 밝고 설레는 희망이 자리하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1월 1일
총장 김 성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