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처럼 다시 날아오르는 포항공대를 그리며
피닉스처럼 다시 날아오르는 포항공대를 그리며
  • 교수평의회 의장 장영태
  • 승인 2024.01.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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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와 함께 첫 학생으로 입학했던 저에게 포항공대는 해리포터가 다니던 호그와트 같은 학교였습니다. 언제나 호기 넘치는 말씀과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길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던 초대 총장님이 계셨고, 그분 뒤에는 수십 년의 국가 미래를 내다보시고 갖은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던 초대 이사장님이 계셨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교수님들은 입학식 날 오후에도 수업을 강행하시며 우린 뭔가 다르다는 자부심을 보여주셨고, 덕분에 처음으로 입학한 249명의 동기와 치기 넘치는 대학생활을 시작한 기억이 납니다. 캠퍼스에는 푸릇푸릇한 에너지가 넘쳤고,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 아래 국내 최초의 기록들을 연이어 쏟아 내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어떤 마법도 이뤄질 것만 같은 분위기에서 저는 포항공대의 첫 10년을 누리며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포스닥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 이후 20년을 해외에서 보냈습니다. 

 

그 기간 해외에서 바라보는 포항공대는 다소 아슬아슬하게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최고이며 빠르게 성장만 할 것 같던 포항공대는 언젠가부터 무디게 보일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독보적이던 장점들이 타 대학들의 성장으로 상대적인 비교우위도 희미해졌습니다. 가끔 모교를 방문해서 둘러본 캠퍼스에서는 예전의 푸릇한 기운보다는,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는 타성의 느낌이 묻어 나 걱정스러웠습니다. 

 

남의 아이들을 가르치던 20년의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모교의 내 후배들을 가르치며 같이 연구하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온 포항공대는 여전히 이전 같은 에너지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학부와 대학원을 막론하고 해가 갈수록 걱정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지고, 모시고 오는 신임 교수들 역시 경쟁하는 타 대학에게 빼앗기기 일쑤인 상황을 겪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유지해 오고 있던 국내 대학 탑3 중 하나라는 자존심마저 공허한 기억으로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현실적으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포항공대의 설립 이념과 그 존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2024년은 포항공대의 재도약을 위한 최고의 변곡점이 될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많은 정무 경험을 가진 훌륭한 분을 새 총장으로 맞이할 수 있었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빠르게 실행 가능한 새 그림들을 그리시며, 최근 일부 언론사의 나쁜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기사에 대해서도 속물적인 타협을 거부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좋은 리더를 맞이한 포항공대의 행운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글로컬 사업의 성공적인 수주로 학교 본부의 계획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재원 마련도 성공적으로 진행돼, 포항공대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새 희망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제 푸른 용의 2024년을 맞아, △교수 △직원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모든 구성원이 자랑스러운 포항공대를 만들어 가는 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해를 기원합니다.

 

교수평의회 의장
장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