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9호 ‘글로컬대학30 선정, 대학 혁신의 신호탄’을 읽고
제449호 ‘글로컬대학30 선정, 대학 혁신의 신호탄’을 읽고
  • 정준호 / 기계 22
  • 승인 2024.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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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라는 곳과 가까워진 지도 어느덧 2년이 됐지만, 바닷바람과 자연 특유의 고즈넉함은 항상 새롭기만 하다.

처음에는 본가가 위치한 경기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항에 대한 새로운 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포항의 △철길숲 산책로 △송도 해수욕장 근처의 소규모 항구 △형산강 자전거 둘레길 도로는 작은 해안 도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학내의 지곡연못에는 날마다 동네 주민들이 여유를 즐기는 곳이었고, 도서관 매점에는 포항제철초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었으며, 대학이 주최하는 대중과학 강연은 주민들 모두가 올 수 있는 참여형 행사였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을 수학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경험과 교육을 받는 배움의 장이지만, 이렇게 대학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그 이상의 것들을 얻는 데 있어선 학풍, 지역 융합 등 다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글로컬대학30’ 선정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을 더 확고히 만들어 나가는 발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글로컬’ 대학은 아주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Caltech은 제트추진연구소(JPL) 등 다양한 부설 연구소를 통해 산·학·연 체제가 잘 정립돼 운영된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대학이 추구해야 할 모습으로 여겨진다. 작은 서부 도시는 최상위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손꼽히게 교육 수준이 높은 도시가 됐으며, 유수의 연구단지를 유치할 수 있었다. 소수정예 육성 교육모델로부터 지역 발전과 함께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대학의 발전 방향과 일치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델일 뿐, 우리는 결국 이것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포항시에서 우리만의 학교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주변이 어떻든, 지표가 어떻든 ‘포항공과대학교’라는 이름을 걸고 나아가야 한다. 그건 오직 우리 학우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대학은 포항에 있다. 서울도, 패서디나도 아닌 이곳에서 우리의 비전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우리대학의 정체성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구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보다 북반구의 중앙부에서 무엇을 해 나갈지를 떠올리며 그 무엇이든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학우들은 우리대학 덕분에 빛나는 게 아니라, 우리대학이 우리 학우들 덕분에 빛이 날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가 목표하는 최상의 이상적 모델에 도달하는 데 장기간이 걸릴 수도, 해당 기사의 ‘글로컬대학30’처럼 다양한 사업과 평가를 거치면서 지속적인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곳 포항이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