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매년 총학생회장단(이하 총학)을 선발해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주관하고 대학 기관과 학생들 간 소통을 담당한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총학을 비롯해 다수의 학생 자치 기관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재로 진행됐으나 작년 총학 ‘세움’이 후보로 출마하며 다시금 총학 체제로 전환됐다. 올해도 고태영(신소재 20)과 박현용(컴공 20)으로 구성된 ‘내일’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출마하면서 생활관자치회장단(이하 생자회) 후보 ‘엘리펀트’와 함께 선거가 진행됐다.
지난달 8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선거는 총학에 대해서 △총투표수 377표 △찬성 331표 △반대 35표 △무효 11표를 기록하며 투표율 28.98%에 미쳤다.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83조 2항에 의하면 단일 후보의 경우 유권자의 3분의 1의 투표와 4분의 1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 따라서 ‘내일’ 선본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83조 4항에 의거해 추가적인 선거 운동을 금지한 채로 재투표를 진행하게 됐다. 생자회에 대해서는 △총투표수 377표 △찬성 334표 △반대 26표 △무효 17표를 기록한 한편, 생자회 후보 ‘엘리펀트’는 지난달 12일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재선거의 경우, △총투표수 496표 △찬성 434표 △반대 59표 △무효 3표로 투표율 38.12%를 기록하며 총학 ‘내일’이 당선됐다.
순탄치 않았던 이번 선거는 선거 운동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총학 후보 ‘내일’은 △교내 소수자 권리 및 처우 개선 △소통 업무의 강화 및 체계화 △총학생회 정회원 혜택 강화 △2023년 후속 업무 진행까지 네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문제는 교내 소수자 권리 및 처우 개선 공약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군 복학생에 치중돼 있다는 의견을 담은 대자보가 게시된 것이다. 대자보에 관련된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재된 글에는 공약의 내용을 고려하면 ‘소수자 권리’라는 용어보다 ‘군 인권’ 등이 더 적절한 표현이었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복지 대상이 되는 학생들에게 명시돼야 할 공약의 방향성이 자칫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우리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7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그중 선거에 참여한 54.3%(38명)는 지난 8~9일 진행된 투표에 참여한 이유를 △선거 관련 공지를 보고 사전에 인지 47.4%(18명) △선거 장소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인지 34.2%(13명) △기타 18.4%(7명)로 밝혔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45.7%(32명)는 △선거 관련 공지를 보지 못함 △선거에 관심 부족 △휴학·졸업 예정으로 관련이 없음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선거는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되므로,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학생 자치의 필요성을 알리며 무관심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선거 공고 및 공약 게재는 교내회보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교내회보를 매일 확인하지 않는 대부분 학생은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이에 관련해 설문조사에서는 지정된 선거 장소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더욱 많은 시간대에 선거 운동을 진행해 학생들에게 노출되도록 개선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우리대학 학생들의 학생 자치 참여 경험과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는 15.7%(11명)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대다수인 84.3%(59명)는 자치 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로는 △회장단 활동에 시간이 너무 소요됨 38명 △자치활동 자체에 관심이 없음 31명 △회장단 업무의 난이도가 높음 21명 △회장단 이력이 구직 등에 도움되지 않음 9명 △기타 6명으로중복 응답해 학생사회를 이끄는 자치활동에 무감하거나 출마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이 대다수였다. 기타 의견으로 총학과 비대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경우와 총학을 비롯한 학생 자치 활동에 학생들이 마땅히 참여할 동기 부여와 보상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총학 운영과 관련해 후보 출마율 저조, 투표 관심도 부족 등 현상은 비단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 대학 역시 이전부터 계속해 총학 선거에 관한 우려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작년 11월 진행한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를 두 차례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31.5%에 그쳐 안건이 폐기됐다. 서울대 역시 작년 11월 제63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기간을 1주 연장한 끝에 가까스로 회장 선출에 성공했다.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여러 주요 대학마다 선거 무산 및 입후보자 부재의 이유로 비대위 체제가 자주 활용됐다. 학생사회 내 자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 지속되자, 일부 대학은 학생사회를 일구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의 노력을 쏟고 있다. 매표 행위라는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작년 11월 말 진행된 중앙대 서울캠퍼스와 성균관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투표를 참여하는 학생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한편 후보 자체의 논란으로 인해 반대의 뜻을 피력하겠다는 의도로 선거를 거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연세대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 이전 선본의 공약을 베껴왔다는 논란을 포함해 후보 자질에 대한 논란이 생긴 결과 5%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에 한국외대 이재묵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대학의 사회적 자본이 많이 무너지고, 개개인의 이해관계 위주로 학생 활동이 바뀐 것도 관련이 있다”라며 대학 총학생회를 둘러싼 학생사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지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총학과 같은 적극적 학생 자치 참여는 물론 투표와 같은 자치 활동 자체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세부적인 공약 및 계획 수립을 통해 학생 복지를 이룰 뿐 아니라 학생사회의 목소리가 대학 기관에 반영되도록 소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활발한 선거 운동과 투표 독려를 통해 학생들이 학생 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