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무엇이 문제였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무엇이 문제였나
  • 김윤철, 오유진 기자
  • 승인 2023.09.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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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야영장 조기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출처: 연합뉴스)
▲새만금 야영장 조기 철수를 위해 짐을 옮기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와 관련해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면서, 행사가 끝났음에도 이를 둘러싼 비판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해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야영 축제로, 이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지난달인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행사의 시작에 앞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공포하고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출범시키는 등 행사 준비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축제 시작 전부터 부족한 행사 준비 상황이 드러나면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으며, 개최 이후에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국내외 언론 및 대중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잼버리의 개최에 앞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새만금 잼버리 부지의 침수 문제였다. 장마 기간 집중 호우로 인해 대회장이 침수됐다. 그러나 잼버리 부지가 본래 농경지로 조성됐으며 축제 이후 야영장의 철거가 예정돼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외곽 배수로를 파고 내부 배수로 및 간이 펌프장을 설치해 물 빠짐을 돕고자 했으나 이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땜질식 대응’이었다. 실상 행사 개막 이후에도 행사장 바닥 일부가 물웅덩이와 진흙밭으로 남아 있는 등 여전히 침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량의 플라스틱 팔레트가 투입됐으나 참가자들이 직접 팔레트를 설치해야 했고 팔레트의 구멍을 통해 습기가 그대로 올라왔다. 한여름 집중 호우를 대비해 야영장의 배수 시설을 철저히 점검하지 못한 조직위의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한 행사 기간 무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미비했다. 잼버리가 시작된 지난달 1일 부안 지역 최고기온은 34.5도였으며,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개영식인 지난달 2일 하루 동안 온열질환자 400여 명이 발생했고, 이날 잼버리소방서가 △구급 출동 304건 △응급처치 18건 △구조 1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열질환 치료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해 온열질환자 처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장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테이블에서 수액을 맞거나 심지어 바닥에 담요와 함께 방치되기도 했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이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주최 측의 사전 대비는 미흡했다. 이에 더해 무덥고 습한 환경에 서식하는 ‘청딱지개미반날개’로 인한 해충 피해도 극심했다. 특히 대회 참가자에게 큰 피해를 준 이 벌레는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리며 피부 발진이 일어나 ‘화상벌레’로도 불린다. 온열질환에 쓰러진 대원들과 화상벌레에 피해를 본 대원들의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새만금 지역의 부족한 제반 여건과 더불어 잼버리 조직위의 미숙한 운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잼버리 기간 도중에는 전북 스카우트 대원 80여 명이 성범죄 의혹에 대한 잼버리 조직위의 미진한 대처에 반발해 새만금 야영장에서 조기 퇴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태국 국적의 남성 지도자가 여자 샤워실에 들어와 샤워하던 중 여성 대원들에게 발견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조직위는 해당 사건을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경미한 사건으로 여겨 피해자 보호와 분리 조치에 등한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범행이 성적 목적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청소년 대원들의 치안에 소홀했던 조직위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외에도 조직위의 서툰 운영과 악재가 겹쳐 △화장실 및 샤워실 청결 문제 △감염병 확산 △스위스 참가단 버스 교통사고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8일 예기치 못한 6호 태풍 ‘카눈’의 북상이 예고되자,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새만금 야영장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모인 스카우트 대원들은 야영장을 떠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남은 대회 기간을 보냈다.

대회의 마지막 날에는 폐영식과 함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이하 K-팝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는 최정상 K-팝 아티스트 18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뉴진스 △아이브 △NCT DREAM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은 열악한 날씨와 짧은 준비 기간에도 잼버리 대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새만금 잼버리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고, 전 세계 대원들과 지도자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새만금 잼버리에 대해 “시작은 미흡, 쏟아지는 지원에 나아졌다”라며 한 줄 평을 남겼다. 잼버리에 참가했던 한 미국 대원은 귀국길 언론 인터뷰에서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라며 아쉬우면서도 후련한 소감을 밝혔다. 외신과 참가 대원들의 평가처럼 새만금 잼버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 행사 준비 과정의 미숙함이 드러났다. 앞으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대회 △2027 충청 하계유니버시아드 △2027 가톨릭 세계 청년대회 등 여러 국제 행사가 연이어 국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운영 중 드러난 문제점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국내에서 열릴 국제 행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대회가 끝난 지금은 잼버리로 실추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사회 각계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