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이 늘 쌍둥이로 태어나 평생 한 ‘켤레’를 지어야만 하는 마을에서 고고는 홀로둥이로 태어났다. 고고는 다른 홀로둥이인 노노와 함께 살게 되지만, 병을 앓던 노노가 마을을 떠나면서 고고 또한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도 ‘홀로’라는 두려움에서 서로를 구했다는 이유로 고고는 그 엉망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책 ‘고고의 구멍’은 빠른 호흡으로 고고의 강단 있는 여정을 서술한다. 북반구의 습지와 협곡, 남반구의 지도리, 마지막으로 새들의 땅까지.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고고는 처음 느껴 본 변화의 범위와 세기에 압도됐다. 낯섦에 대한 고고의 깨달음은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은 고향에 가고픈 그리움을 일깨우기도 했다.
더 큰 시련은 ‘어느 날 가슴에 난 구멍’이었다. 처음에 고고는 구멍에 꼭 맞는 무언가를 찾으려 조바심을 냈다. 구멍이 자신을 끝나지 않을 법한 울음과 증오에 차오르게 만든다고 생각했기에, 상처뿐이 남았다. 그러다가 땅에 뚫린 크레이터를 보고 자신의 구멍을 떠올리며 ‘망울’의 크레이터를 메우는 협곡인들을 찾아간다. 협곡에서 고고는 비비낙안을 만나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으며, 스스로 아무는 것’임을 배운다. 지도리에서는 소인족인 금을 자신의 구멍에 넣고 살면서 ‘미루기만 했던 노노와의 소중한 기억들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고고는 여정을 계속해간다.
구멍을 가진 ‘망울’이라는 세상에서 ‘고고’의 구멍은 세상의 아픔과 동화되는 연결고리다. 구멍을 메우기 위한 고고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구멍이 단지 소중했던 누군가의 부재 때문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미적지근한 온도로 실체 없는 섭섭함을 위로받고 싶은 때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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