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불어닥친 제로 열풍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제로 열풍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4.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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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감미료를 이용해 설탕을 대체한 제로 식음료(출처: 이미지투데이)
▲인공 감미료를 이용해 설탕을 대체한 제로 식음료(출처: 이미지투데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제로 열풍’이 불고 있다. 식품이나 음료를 선택할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설탕이 들어가지 않거나 열량이 없는 식품을 선호하는 ‘제로슈머(Zero+Consumer)’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선 괴롭게 건강 관리를 하기보다,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대세로 자리 잡기도 했다.

과도한 설탕 섭취와 고열량 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로 식품은 건강과 만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부상했다. 단맛을 느끼면서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로 식품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제로 식음료는 크게 제로 슈가와 제로 칼로리로 나눠진다. 먼저 제로 슈가는 인공감미료를 이용해 설탕을 대체한 방식을 말한다.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등 인공감미료는 동일 열량 대비 설탕보다 더 높은 단맛을 낼 수 있다. 설탕은 체내 흡수가 돼 혈당 수치를 올리는 반면, 인공감미료는 체내 흡수되지 않아 혈당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제로 칼로리는 말 그대로 열량이 없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제로 칼로리 식품이라고 해서 열량이 0인 것은 아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열량이 음료 100ml당 4kcal 미만일 때 이를 무열량이라 표시할 수 있다. 제조 과정에서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면 훨씬 적은 열량으로 동일한 단맛을 냄과 동시에 무열량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것이 제로 슈가와 제로 칼로리가 혼용되는 이유다. 이를 무가당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무가당은 식품 제조 과정에서 별도의 당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원재료가 당을 함유하고 있다면 식품에 당이 존재할 수 있다. 즉, 무가당이라 해서 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탕을 넣은 제품보다 무가당 음료가 당류 함량과 열량이 더 높은 수치를 보일 수 있다.

제로 슈가·칼로리 제품을 주로 소비하는 이른바 제로슈머가 식품업계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식품업계에선 여러 기업이 앞다퉈 제로 식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로 탄산음료 시장의 규모는 2016년 대비 지난해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제로 탄산음료의 수요가 증가하며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제로 슈가’를 내세웠다. 펩시 제로의 뜨거운 인기로 롯데칠성음료는 제로 탄산음료 부문에서 코카콜라를 꺾고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로 열풍은 주류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주의 열량은 한 병인 360ml당 408kcal로 매우 열량이 높다. 이는 같은 주류인 막걸리와 맥주에 비해서도 약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소주의 알코올과 쓴맛을 없애기 위해 첨가한 과당의 열량이 높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소주의 높은 열량을 줄이고자 과당을 첨가하지 않은 소주를 내세우고 있다. 과당 대신 인공감미료를 첨가함으로써 쓴맛도 잡고, 칼로리도 줄였다. 또한 많은 기업이 ‘누구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소주의 도수를 내리고 있다. 점차 도수를 낮추며 소주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듦과 동시에 칼로리도 잡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제로 슈가·칼로리 제품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케이티 페이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제로 칼로리 음료의 인공감미료가 오히려 허기를 더 유발해 식욕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탕이 든 음료를 마셨을 때보다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마셨을 때 식욕과 관련된 뇌의 부분이 더욱 활동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인공감미료를 섭취했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수치는 떨어져 외려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로 칼로리 음료의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일으켜 대사 증후군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에리트리톨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아지면 혈액이 잘 응고되며, 혈전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혈전으로 인해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연구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극단적인 양의 인공감미료를 섭취하게끔 실험이 설계됐다는 반론이 있다. 대체로 과도한 양의 인공감미료를 장기간에 걸쳐 섭취하게끔 실험해 부작용을 관측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인공감미료가 우리의 몸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없다. 제로 슈가·칼로리 제품은 현대인들에게 설탕 중독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로 칼로리라 해서 마음 놓고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인공감미료의 부작용으로 보이는 사례가 보고되는 만큼, 무엇이든 적당량을 섭취하며 우리 몸을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