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케팅과 그린워싱,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갈림길
그린 마케팅과 그린워싱,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갈림길
  • 손유민,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3.0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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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인물을 향해 공개적인 공격을 가하는 캔슬 컬처
▲그린 마케팅과 그린워싱의 개념

21세기에 이르러 환경 문제는 우리에게 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국가 간 협약을 넘어 개인에 이르기까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국내 소비재 수출기업 40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환경 트렌드가 기업의 수출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는 답변이 50%를 웃돌았다. 이렇듯 소비자가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되면서,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친환경 △사회적 책무 △지배구조 개선의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선보인 ‘ESG 경영’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그린 마케팅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그린 마케팅은 기업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은 수익 창출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더불어 친환경적(Green) 소비자(Consumer)인 ‘그린슈머’의 등장은 기업 경영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의 조사 결과, 미국 청년층의 소비 경향 중 ‘지속 가능한 실천’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라는 답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낮은 가격 측면보단 친환경을 고려한 소비 행위로부터 만족감을 얻는 소비자층이 늘어난 덕택이다. 이에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등 떠오른 친환경 열풍에 발맞추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시 배송되는 택배 상자와 아이스팩에 대해 그린 마케팅을 적용했다. 배송 받은 포장재를 고객 만족센터에 반납하면 무료로 장바구니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친환경 소재의 아이스팩과 포장 용기를 제작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표방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도 그린 마케팅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러 오프라인 매장에서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 빨대가 없는 컵 뚜껑으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친환경 전략을 펼쳐 브랜드 평판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국내 뷰티 기업인 ‘톤28’은 화장품 용기를 종이로 만듦으로써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을 추구했다. 성과에 힘입어 톤28은 재작년 UN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발표한 ‘글로벌 지속 가능 브랜드 30’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위스의 의류 기업인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포 △자전거 폐타이어 △자동차 안전띠 등을 재활용한 옷과 가방을 제작한다. 프라이탁은 모든 자사 상품이 세상에서 유일한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재활용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며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누군가는 이런 친환경적 풍조에 의문을 던졌는데, 바로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다. 그린워싱은 녹색의 ‘Green’과 세탁의 ‘White Washing’을 합친 표현으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거나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제품을 친환경적인 척 위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특히 그린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자칫 그린워싱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졌다. 생산 비용은 절감하되 광고로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덮어씌워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악용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인 ‘SK엔무브’는 지난해 저점도 엔진오일을 내세운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로 인해 그린워싱 논란을 빚었다. SK엔무브는 해당 제품이 미국의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베라(Verra)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만든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 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탄소배출권 구매는 제품의 제조 과정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며 발생하는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라며 지적했다. 결국 SK엔무브가 자발적으로 제품 광고와 판매를 중단하면서 환경부의 행정지도 조치로 논란이 일단락됐으나, 다수의 파생 사례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함과 동시에 환경 파괴 심화 가능성을 잠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린워싱에 대한 법적 기준은 미비하나, 캐나다 친환경 컨설팅 업체인 테라초이스(Terra Choice)가 2009년 발표한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은 지금까지도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상충 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애매모호한 주장 △관련 없는 주장 △거짓말 △유해상품 정당화 △부적절한 인증 라벨까지 7가지 기준은 친환경을 흉내 내는 제품을 들춰내는 데 적합하다. 국내 그린워싱 규제는 제품의 환경성 관련 표시와 광고 위주로 환경부가 주관하며, 보다 폭넓은 광고 위반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이 환경성을 허위·과장 광고해 과징금 부과 등 처벌받는 경우 정부 지원까지 단절하는 법안도 발의된 바 있다. 다만 대부분의 그린워싱 제품이 시정권고에 그치며 한계점으로 지적받아온 지금, 소비자의 불매운동, 고발 캠페인 등 적극적인 견제와 정부의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친환경 흉내를 내는 녹색 거짓말, 그린워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기준 마련과 강력한 규제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