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부근에서 2차례의 강진 이후 6,000회가 넘는 여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4만 6천여 명이 사망하고 120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10만 5천여 개의 건물이 손상될 정도로 막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구조대의 수색 작업과 건물 복구 작업으로 피해 현장을 수습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위험에 노출된 피해·피난민들이 많아 타국의 도움과 일손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동안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며 튀르키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도 많은 구호 물품을 전달했으며, 직접 도움을 주려는 국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상당한 병력을 파병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온 국가다. 우리가 지난날 튀르키예로부터 받은 많은 도움과 응원을 이제는 그들에게 주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직후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이하 KRDT)는 튀르키예로 파견돼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으며, 각종 △지자체 △기업체 △공공기관 △은행 등에서 자체적으로 구호 물품과 성금을 전달하는 기부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진심으로 피해 주민들을 애도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전해졌는지,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 하베르’가 KRDT 측에 감사 영상을 제작하고 현지 아동이 친필 편지를 전달하는 등 따뜻한 인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많은 선한 사람 사이,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 지진 이후 많은 국민들이 △텐트 △이불 △침낭 △의류 등의 구호 물품 기부에 참여했다. 총 4톤에 이르는 기부 물품이 모였으나, 이중 10%는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관계자는 “현지 상황이 열악해 기증품을 소독해서 쓸 수 없는 실정이다”라며 위생 문제를 우려해 중고 물품은 기증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증된 물품 중에는 오염된 의류, 짝없는 신발 등 기부 물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중고 물건이 가득해서 이를 따로 분류 작업한 후 발송해야 할 정도다. 또한,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튀르키예에 구호 물품으로 다수의 한국인이 햄 통조림을 보내며 곤란한 상황이 일어났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햄 통조림의 주재료인 돼지고기가 금기시되기 때문에 피난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폐기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구호 물품으로 논란이 일었다. 일본에서 종이학은 평화와 안녕을 상징하지만, 당장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에 이를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처치 곤란이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4월에도 전쟁통인 우크라이나에 1,000마리의 종이학을 보내려 해 민폐라는 지적이 많았다.
재해로 인해 큰 피해를 본 피해·피난민을 위해 우리는 손을 내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도움을 보태기 위해서는 우리와 그들의 문화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행동이 진정으로 도움이 될지를 더욱 진중히 고민해야 할 때다. 모두의 진심이 꼭 필요한 도움으로 잘 전달되기 위해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의미 있는 온정의 손길을 내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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