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으로 우리 사회 갈등 이해하자
변증법으로 우리 사회 갈등 이해하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2.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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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는 △이념 △젠더 △세대 △종교 △학력 등 수많은 분야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재작년 6월, 영국의 킹스 칼리지 런던 정책연구소가 국제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는 대한민국의 갈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갈등’이 우리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닌지, 어느 한쪽이 없어져야만 끝나는 것이 아닌지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변증법으로 이런 현상을 바라보면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변증법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정명제’와 ‘반명제’로 일컬어지는 두 개의 다른 주장 간의 대립을 통해 새로운 진리를 찾는 방법을 말한다. 즉, 서로 다른 담론 사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갈등 속에서 명쾌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해답인 ‘합명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고, 다시 정명제와 반명제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갈등과 해소가 반복되면서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 변증법에서 말하는 역사의 변천 과정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헤겔,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변증법은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한 긍정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젠더 갈등을 예로 든다면, 남녀 간의 격렬한 갈등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젠더 갈등으로 사회가 시끄럽지만, 결국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더 높은 차원에서 본다면 남녀 모두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세대 갈등도 마찬가지다. 청년층과 노년층 간의 갈등이 있지만, 결국 이 또한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발전을 위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결국 변증법에서는 더 높은 차원에서 해답을 찾아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은 해답을 찾고자 하는 목적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한 명확한 목적 없이 그저 상대방을 비난하고 물리쳐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식의 갈등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성을 잃어버린 갈등과 공격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다. 갈등은 해소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젠더 갈등으로 돌아와 보면, 몇몇 사람들은 상대방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일부 비판하는 건설적인 담론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성별을 배척하고 비논리적인 공격과 마녀사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젠더 갈등이 추구하는 목적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얻는 희열에 도취한 것이다.

우리는 삶을 돌이켜 봐야 한다. 과연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한 것은 목적성을 가진 갈등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모멸적 행위였는지를 말이다. 칼은 어떤 목적을 가졌냐에 따라 우리 생활에 도움을 줄 수도,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갈등 또한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칼이 될 수도, 상대방을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목적을 가진 건설적인 갈등을 통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