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홀린 네이버 블로그의 부활
MZ세대를 홀린 네이버 블로그의 부활
  • 탁영채 기자
  • 승인 2023.01.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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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세대별 사용자 비율(출처: 서울경제)
▲네이버 블로그 세대별 사용자 비율(출처: 서울경제)

블로그 서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10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장수하고 있는 SNS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각종 맛집과 여행 정보 검색에 강점을 가져 주목받았으나, 상업적인 광고의 증가와 짧은 콘텐츠의 유행에 따라 인기가 시들었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며 많은 사람이 블로그를 떠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블로그가 기록이나 일상 공유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한물간 서비스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실제로 MZ세대 블로거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재작년 말 네이버가 공개한 ‘2021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재작년에 새롭게 생성된 블로그 수는 약 200만 개, 전체 블로그 수는 약 3천만 개를 돌파했다. 한 해 작성된 게시물만 3억 건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폭증했으며, 발행된 전체 게시물은 24억 2천만 개에 이른다. 전체 네이버 블로거의 약 70%는 MZ세대다. 또한, 재작년 말 ‘대학내일’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트위터 △트위치 △틱톡에 이어 블로그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로 꼽았을 정도로 블로그의 인기가 높다. 

블로그가 부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동안 기록의 가치를 재발견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인 ‘갓생’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인기를 얻었고, 이는 블로그의 사용량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도 소소한 일상을 기록 할 수 있는 블로그로의 유입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추측된다. 

SNS로 인한 피로감 또한 블로그 유입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청년들 사이에 ‘보여주기식’으로 행복감을 드러내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특별한 순간이나 자랑거리를 전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 잡았다. SNS 게시를 위해 식당, 여행지 등에서 잘 나온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려 노력하는 행위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에 반해, 블로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기에 이런 피로감이 덜하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 숏폼 콘텐츠와 달리, 블로그 글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통해 작성된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며 진솔하게 스스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는 △짧은 글 △재미있는 사진 △간단한 영상 정도가 공유되는 반면, 블로그에서는 긴 글이나 하루를 기록하는 게시물이 주로 작성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SNS별로 역할에 차이를 두고 사용하면서 다른 SNS와는 차별되는 블로그가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 ‘주간일기 챌린지’ 등의 마케팅 흥행도 블로그의 유입을 늘린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작년 6월 6일부터 시작된 네이버 블로그의 주간일기 챌린지의 참여자 수는 1주 차 50만 명, 3주 차 58만 명을 기록했다. 주간일기 챌린지는 지난달까지 6개월간 진행된 장기 기록 프로젝트로, 매주 한 번 지정된 카테고리에 전체 공개로 일기를 작성하면 챌린지에 자동으로 참여된다. 주 단위로 챌린지 참여를 확인하고, 1개월, 3개월, 6개월마다 중간 점검을 통해 사용자들의 꾸준한 참여가 이뤄지도록 기획됐다. 챌린지에 참여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아이패드 에어 △맥푹 프로 △해외여행 상품권 등의 경품을 제공해 블로그 사용을 유도했다. MZ세대는 행사에 참여하며 일기 쓰기를 하나의 놀이로 향유하고 블로그를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블로그를 통한 수익도 노릴 수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애드포스트(AdPost)’ 제도를 운용한다. 양질의 게시글을 올리고 노출된 광고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네이버와 블로거가 배분받는다. 일정 조건을 충족해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선정되면 단순 광고보다 높은 금액의 광고 수익을 얻는다.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연 1억 원 이상 고수익을 누리는 인플루언서 사례도 늘고 있다. 

블로그에서는 분량 제한 없이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이미지, 동영상 등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다. 블로그는 개인의 생각과 일상을 긴 텍스트로 남길 수 있는 만큼,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호흡을 통해 작성되므로 다른 SNS와 차별된다는 점,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 등은 블로그의 꾸준한 성장세를 예상하게 한다. 여기에 더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개방형 SNS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인한 SNS 반발 심리는 피로감이 적은 소통 수단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