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잠식해가는 마약, 청년층 마약사범 급증
일상을 잠식해가는 마약, 청년층 마약사범 급증
  • 탁영채 기자
  • 승인 2022.11.1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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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증가 중인 청년층 마약류 사범(출처: 한국일보)
▲급격하게 증가 중인 청년층 마약류 사범(출처: 한국일보)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에서 한국 출신 마약왕 조봉행을 잡기 위한 국가정보원과 민간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하지만, 마약은 더 이상 먼 나라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가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상이면 마약류가 급속도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6년 마약사범 지수가 25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28로 증가했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 6천 명이 넘었다. 마약류 범죄는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증거불충분으로 검거되지 못할 수 있는 암수 범죄다. 따라서 실제 마약사범은 기존 통계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보통 마약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확한 법률 용어는 마약류로,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마약은 △양귀비 △코카 잎 △아편에서 추출되는 코카인과 헤로인 등이 해당하고, 대마는 대마초와 그 수지 및 이들을 원료로 해 제조된 모든 제품을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 신경계에 작용하는 의약품인 만큼, 오남용 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 흔히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과 정서, 기억 등을 강력하게 왜곡하는 LSD가 있다. 특히 향정신성의약품은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중 6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내 마약사범 지수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국제 마약 조직을 통한 밀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만 시가로 1조 8,400억 원이다. 소매가는 시가보다 비싸며,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마약 범죄는 △다크웹 △보안 메신저 △암호화폐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마약에 접근하기는 점점 쉬워지고 거래는 더욱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마약사범 16,153명 가운데 20대 이하는 5,527명으로 30%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마약사범 중 20대 이하가 전체의 35%, 30대 이하까지 포함하면 60%가 젊은 층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험 확대 △SNS와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 시장 등장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울감 증가 등이 최근 마약사범 급증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해외는 국내보다 마약에 대한 관리와 인식이 느슨한 만큼, 상대적으로 마약을 경험하기 쉽다. 해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 들어와 마약을 찾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구매 방법이 다양해지며 접근성이 낮아진 것이 청년층 마약사범 급증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인터넷이나 보안 메신저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만 입력하면 마약 광고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연락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거래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통해 이뤄진다. 텔레그램에서는 실제 마약 종류와 가격 공지는 물론, 마약을 갖고 있다는 인증 사진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약 판매 조직은 전국적인 규모로 활동하기 때문에 마약 유통 차단은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검찰과 경찰이 검거한 텔레그램 국내 최대 마약 유통 조직 ‘오방’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마약을 공급하고 광고하는 총책, 전국 각 지역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판매하는 인증 딜러, 그리고 마약을 실제 전달하는 드롭퍼(Dropper)로 역할을 분담해 판매망을 조직화했다. 이들의 텔레그램 방에 접속한 회원만 천 명 이상일 정도로 그 수가 상당하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고자 텔레그램 대화방인 ‘오방’을 수시로 폭파하고 다시 만드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마약류인 펜타닐이나 식욕 억제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처방받는 등 다양한 경로로 마약이 청년층에 흘러가고 있다. 

국내법상 마약류를 밀수입하거나 △소지 △매매 △수수 △투약 △제공하는 경우,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무기징역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범죄를 행한 경우 사형·무기 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미수범이나 예비·음모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불법이기에 처벌은 당연하지만, 필요한 경우 마약사범이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한편, 마약사범 본인의 즐거움과 쾌감을 위해 약을 투약했는데 이를 세금으로 왜 지원해야 하는지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마약사범 치료와 재활 지원은 마약류로 인한 파생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사회 방위 측면에서도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해상을 통한 마약 밀반입을 차단해야 하는 해경에 마약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역시 마약류 관리에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다. 마약 밀수 및 해양 마약류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해경 전담 인력이 부족한 틈을 타 해양을 통한 마약 밀반입 시도가 계속되면서 마약 범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마약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와 함께 행정안전부, 경찰, 해경의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수요가 줄지 않으면 공급책을 아무리 단속해도 다른 공급자가 그 자리를 채운다. 최근 몇 년간 마약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요 억제책 △조기 마약류 예방 교육 예산 증가 △의료용 마약류 투여 규제 확대 등 전방위적 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