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인하대에서 새벽 시간 한 여학생이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정치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건에 대한 애도의 물결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캠퍼스 내 보안, 경비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특히 사건 당시 30여 개의 건물이 있는 캠퍼스 전체에 단 4명의 야간 경비만이 근무 중이었고, 그마저도 사건을 인지하지 못해 1시간 후 행인에 의해 신고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자아냈다. 700여 대의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음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소수의 경비원만으로 순찰과 CCTV 감시를 모두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서도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각 대학은 매년 2월 말 안전관리계획을 자체 수립, 교육부에 제출할 의무가 생긴 바 있다. 이에 더해 해당 사건의 발생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으로 △야간출입 통제 강화 및 CCTV 증설 △성폭력 예방 특별 교육 추진 △2차 피해 확산 방지 등을 약속했으며, 전문가들과 함께 10~11월경 희망 대학을 대상으로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을 컨설팅 형태로 재점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교내 범죄 예방과 캠퍼스 경비 체계가 대학 관련 주요 화두가 된 만큼, 본지는 우리대학의 경비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돼 있으며 추후 운영 계획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총무팀을 인터뷰했다.
대학 경비 시스템의 최신 경향
지난 2012년부터 인하대에서는 건물별 수위실을 없애고 중앙관리실 체제로 전환하면서 경비 인력을 35명에서 올해 13명으로 줄였다. 소장 1명을 제외한 12명이 4인 3교대 방식으로 주간·야간 시간대별 4명이 근무하며, 해당 인원이 CCTV 700여 대 감시와 여러 차례의 순찰을 나눠 맡는다. 이러한 운영방식의 전환과 인력 감축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 무인화 경향에 휩쓸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높아지는 최저임금, 등록금 동결 장기화 등은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경비 인력 축소를 지향하게 하는 유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세대, 홍익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은 △경비 초소 수 축소 △CCTV 증설 △대기업 보안업체에 위탁 △정년퇴직 인원 미충당 등의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획기적일지 몰라도,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등 교내 범죄 예방 면에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우리대학의 경비망 구축 현황: 경비 인력 배치·CCTV·출입 통제
우리대학의 경비 시스템은 크게 △상황실 △순찰 △POST 7곳으로 업무가 나뉜다. 상황실과 순찰의 경우 오전·오후 6시 30분에 교대하는 3조 2교대(주간-야간-휴무)의 근무 형태로 운영된다. 1조당 상황실 상황반장 1명과 캠퍼스 폴리스카를 운행하는 순찰조장 1명으로 구성하는 형태다. 또, 7곳의 POST별로 상주하는 대원은 △가속기 4명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3명 △박태준학술정보관 3명 △체육관 2명 △기숙사 2명 △생명공학연구센터 1명 △세포막단백질연구소 1명으로, 건물마다 동시간대 1~2인의 안전근무자가 배치돼 있었다.
우리대학 내 CCTV는 시설물 보호 및 범죄 예방 목적으로 대학 차원에서 154대, 기관 및 학과에서 개별 설치한 수량까지 합해 총 905대가 운영 중이다. CCTV 모니터링은 24시간 종합상황실에서 이뤄진다.
건물 출입통제시스템의 경우 기본적으로 ID카드를 통한 출입통제 방식이기에 ID카드 리더기가 △교사지역 △생활관 △실험동 등에 1,000여 개 설치돼 있다. 특히 리더기는 화재 발생 시 혹은 원격 조작을 통해 개폐가 가능하며, 일정 관리 기능을 통한 Open&Close를 활용함으로써 행사 등 특수상황에 대비해 유동적으로 출입문을 개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캠퍼스 폴리스를 활용한 사건·사고 예방
1986년 조직된 캠퍼스 폴리스는 지난 2018년 6월경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응급상황에의 신속한 대처를 위해 캠퍼스 폴리스카(전기 자동차)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보조 수단으로 전기 오토바이 1대도 추가 도입해 운용 중이다. 우리대학 캠퍼스 폴리스의 가장 큰 목적은 캠퍼스 내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황반장과 순찰조장은 무전기로 1:1 상호 교신하면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현장 출동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교사지역 불법주차를 단속하거나 행사 시 차량을 통제하는 등 캠퍼스 내 교통안전과 관련한 업무도 맡는다.
또 사건·사고 발생에 대비해 대학상황실 비상 연락 체계도에 인근 파출소인 효곡대이지구대와 포항성모병원 응급실을 편성해 놓고 있다. 만일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연락 체계도에 따라 위의 기관들에 우선적으로 연락이 이뤄진다. 캠퍼스 폴리스카가 현장에 출동하며, 총무팀과 안전보건팀의 협업을 통해 사후 처리가 마무리되는 일련의 과정을 따르게 된다. 총무팀에 의하면 현재까지는 학생들의 캠퍼스 폴리스 이용률이나 교내 구성원·외부인에 의한 사건·사고 해결 사례는 통계화할 정도로 보고된 예가 거의 없다고 밝혔는데, 캠퍼스 폴리스가 출동할 수준의 사건·사고 발생 빈도가 극히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캠퍼스 폴리스나 종합상황실 전화번호 하나쯤은 저장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캠퍼스 보안에 대한 제도적 장치
현재 우리대학은 경비 용역 운영을 위해 △경비용역비 △공용차량 유지비 △세금과공과 계정 명목으로 2억 8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 중 경비 용역의 경우 외부 업체인 현대티엠에스(주)와 계약을 맺어 위탁하고 있으며, 연구소가 신설되는 등 추가적인 용역이 필요해질 경우에는 재계약을 통해 충원한다.
지난 7월 인하대 사건 이후 우리 대학에서도 관련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는데, 대표적으로 캠퍼스 순찰 경로를 점검해 보완하고 대외기관과의 연락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CCTV의 추가적인 설치가 필요한 장소에 대한 필요 개소 파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무팀 강윤희 씨는 “내년 예산 편성이 이번 달부터 이뤄지는데, 현대티엠에스(주)와 순찰 인원의 확충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CCTV 필요 개소도 파악해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의 안전관리계획 재점검에 대한 질문에는 “교육부가 컨설팅에 대해 아직 공문을 송부해 오진 않았지만, 제시해 오면 적극적으로 받아 볼 계획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건물 출입 가능 시간대를 조정 및 점검하는 등의 치안 대책, 폭력 예방, 학내 구성원들의 심리 안정 프로그램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다방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안 담당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경비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구성원들의 활발한 의견 제시와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크다. 총무팀은 학생회에서 구성원들의 캠퍼스 보안 관련 경험을 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한다면 그 결과를 참조해 더욱 효과적으로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경비 강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