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피로 사이, 구독 경제
혁신과 피로 사이, 구독 경제
  • 탁영채 기자
  • 승인 2022.09.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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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마다 구독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신개념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무제한으로 음악, 영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플랫폼 이외에도 독서, 자동차 등 수많은 업종에서 구독 경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사실 구독 경제는 이전부터 있었다. 우유와 신문 배달이 대표적인 예다. 오래된 비즈니스인 구독 모델에 왜 사람들이 열광할까. 기업 입장에서 구독 모델은 정기적인 결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서비스 재구매를 유도하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도시락 △취미 도구 △신선 식품 △영양제 등 정기 배송 서비스가 개개인에 맞춰 확장됐다. 

만약 누군가 알아서 생필품을 보내주고, 중요한 이벤트를 미리 알려준다면 굉장히 편할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우리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하는 선택의 고민을 줄여준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복잡한 절차 없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구독 경제는 단순히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하나의 경제 트렌드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구독 경제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많다. 다크 넛지(Dark 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Nudge)와 어둠을 뜻하는 다크(Dark)가 결합한 단어로 비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의미한다. 구독 경제의 경우 다크 넛지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광고와 다르게 부가적인 비용을 요구하거나 특별한 고지 없이 자동으로 과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대표적인 구독 경제의 단점이 드러난 사례다. 머지포인트는 소비자가 구매권을 사서 제휴 업체에서 결제 시 2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이런 머지포인트를 판매해온 머지플러스가 사전 공지 없이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면서 100만 명이 넘는 소비자와 6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피해를 봤다. 

일부 구독 경제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이 해당 서비스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그머니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를 축소해 버린다. 이미 고객들은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상태라 다른 상품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락인 효과가 소비자에게는 독인 셈이다. 특정 요소만 필요하더라도 불필요한 서비스가 묶음 판매돼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구독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유용한 몇몇 서비스만 구독하면 됐지만, 현재 구독 서비스가 너무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는 관리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구독 경제 모델은 소유보다 경험과 가성비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성장했다. 그러나 소비를 최대한 절제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기 위해 등장한 구독 경제가 되려 이를 방해하고 있다. 구독 경제 모델은 고객의 충성심과 관계 유지가 핵심인 만큼 기업들은 현재의 모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의 편리성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다크 넛지를 유도하는 행위는 고객의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인 만큼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