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타로도 비대면으로 … 온라인 운세 서비스 뜬다
사주·타로도 비대면으로 … 온라인 운세 서비스 뜬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3.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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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을 중개하는 '점신'(좌)과 채팅으로 운세를 알려주는 '헬로우봇'(우)(출처: 각 앱 캡처)
▲역술인을 중개하는 '점신'(좌)과 채팅으로 운세를 알려주는 '헬로우봇'(우)(출처: 각 앱 캡처)

지속하는 취업난에 엎친 데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난경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가끔은 그 말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계속된 비대면 생활로 모두가 지루하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지금, 재미 삼아 운세를 보는 청년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운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함께해왔다. 동양권에는 사람의 출생 연·월·일·시로 일생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주가 있다. 명리학에 따르면 사주팔자를 통해 사람의 성격과 인간관계, 재물·직업 운 등을 비롯한 운수를 알 수 있다. 수백 년간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주와 다르게 타로점은 2000년대 초반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며 뒤늦게 알려졌다. 타로점은 죽음의 여신, 마술사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78장의 카드를 뽑고, 그림을 해석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역술이다. 일생 전반의 길흉을 점치는 사주와 달리, 타로점은 대체로 가까운 미래를 설명한다.

최근 사주, 타로 등 운세를 보는 청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알바천국이 10~30대 회원 1,6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9명이 운세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벼운 궁금증으로 운세를 보기도 하지만 상담사의 조언을 듣고 어려운 선택에 대한 부담을 덜기도 한다. 설문 응답자의 42.7%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운세를 본다고 답했으며, ‘미래가 불안해 위안을 얻기 위해(22.9%)’, ‘스트레스와 고민을 덜기 위해(13.2%)’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 또한 젊은 층이 점집을 찾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클 때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커져 이런 미신을 믿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운세 시장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 데는 기존의 오프라인 운세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운세를 보려는 이들은 지인의 추천이나 입소문만으로 점집을 찾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이용 가격이 불투명해 소위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러 점집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투명해졌다. 역술가를 중개하는 운세 앱 ‘점신’은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동일 분야 앱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점집의 이용 가격을 비교하는 동시에 수천 개의 후기를 볼 수 있으며, 최근엔 부적 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해 한 달 만에 완판하는 성과를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세진 ‘언택트’ 바람이 운세 시장에까지 불어닥치며 비대면 운세 서비스도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유행 초기 가장 인기를 끈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동영상 콘텐츠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현재 2만 6천 개에 달하는 타로 상담 콘텐츠를 볼 수 있으며, 인기 채널 중 하나인 ‘타로호랑’은 약 44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또한,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유명인의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콘텐츠는 조회 수가 수백만 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공지능과 운세를 접목한 이색적인 조합도 눈길을 끈다. 2~30대 이용자가 전체 가입자의 70%에 달하는 온라인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는 사주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사주 분석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런 비대면 운세 서비스의 폭발적 증가가 운세 시장에 대한 청년층의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운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운세 서비스 종사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운세 시장에는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역술을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이 만연했다. 최근엔 오프라인 위주의 운세 시장이 온라인까지 확장하며 온라인 운세 교육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클래스 101’에 개설된 타로, 운세, 사주 분야의 강의 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1년 전 대비 3배 증가했다. 인기 강의 중 하나인 ‘고민으로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해’는 카드를 다루는 마음가짐부터 카드를 읽는 법까지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송나라에서 유래한 사주와 유사하지만 조선 후기의 학자들로부터 탄생한 ‘토정비결’은 조정이 어지러운 시기에 백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혼란스러운 정치와 탐관오리의 수탈로 힘든 시기에 백성들은 운세를 점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 운세가 다시금 유행하는 것도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고용 현실을 목도한 청년층의 답답한 심정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