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방역
위기의 K-방역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2.03.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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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십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고 있다. 가까운 이들 중에서도 코로나19확진자가 무수히 나타나고 있고, 필자 역시 코로나19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돌파하던 때, 알 수 없는 감염 경로로 감염돼 한동안 고생했다. 처음 확진됐을 때 기대했던 것은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구호 물품과 약, 체온계 등 치료에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물품들은 소식도 없었고, 대여섯 명의 공무원들과 통화한 끝에 자가격리 기간이 잘못 기재된 격리 통지서만을 받을 수 있었다.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금은 아쉬웠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K-방역이라 불리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비판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는 백신 부작용 관련 정책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신고 건수는 44만 6,779건이며, 이 중 사망 사례는 1,339건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망 사례는 2건뿐이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족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뒤에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하는 교육부의 등교 정책을 보자. 당초 교육부는 ‘전면 정상 등교’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학부모, 학생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 가족이 확진된 학생,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은 학생, 학급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등 여러 상황에 대한 지침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지침을 쏟아내는 교육부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은 증폭되는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이들은 자영업자다. 지난 2020년 3월 사회적 거리두기 첫 시행 이후 정부는 거리두기 정책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제한이 21시에서 24시로, 인원제한이 2명에서 10명 사이로 수시조정되는 것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탓에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작년 대비 17.5% 증가했고, 전국자영업자협의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의 제보 건수도 22건에 이르렀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은 제한하지 않으면서 집단감염 확률 0.003%인 식당에만 거리두기 시행을 요구하고, 소상공인들에 과징금을 물리는 정책은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외에도 PCR 검사 대상자 변경에 따라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역시 늘고 있다. 자가검진키트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으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기에 지인의 ‘가짜 양성 키트’ 사진을 동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추가 전파자가 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스스로 편법을 동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방역(防疫).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이다. 하지만 4차 대유행이 발생한 현시점에서 K-방역이 실리와 명분을 챙기는 데 성공했는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 K-방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