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2년의 소회
언택트 2년의 소회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2.2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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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나갈 것만 같았던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지배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꽤 긴 시간 동안 인턴십, 동아리, 연구 참여 등 대부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비대면’이란 단어가 어색했던 처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연해지면서 새로운 일상이 됐다. 필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겪게 된 ‘언택트(Untact)’ 사회로의 변화가 개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텍스트와 화상으로 소통하는 것에 확실한 한계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소통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겨울방학 동안 대기업 인턴십에 참여했다. 실습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됐을뿐더러, 짧게 머물렀다 가는 인턴의 처지에서 직장 선배란 결코 편한 관계는 아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관계에서 느낀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데 문자상 대화의 역할이 컸다. 예의를 차려야 하는 관계에서 쓰는 메시지에는 사족을 붙이지 않게 된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최대한 정제된 표현으로 필요한 용건만 전달한다. 너무 정제된 나머지,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이미 편한 관계는 문자를 통해 더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불편한 관계에서는 관계의 장벽을 만든다. 이런 관계의 장벽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했으나 자유로움보다는 고립감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업무가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행사, 강의, 회의를 화상 회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했다. 조그만 카메라에 비친 얼굴들이 한 화면에 모여 있지만,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기의 무게가 있고, 우리는 그에서 비롯된 적당한 긴장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상황에선 거의 필연적으로 해완하고, 책임감도 약해진다. 이 같은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학습 관리, 성과 관리와 같은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세상은 더 복잡해진다.
얼마 전 처음 방문한 패스트푸드점에 키오스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반가웠다. 한편으론 지금 내 앞에서 주문받는 직원이 머지않아 무거운 기계 덩어리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그 직원뿐만이 아니다. 언택트 방식이 빠르게 보편화하면서 꽤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음식 하나를 주문하기 위해 한낱 키오스크 앞에서 눈치 보고, 긴장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우리는 모두가 디지털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사람들은 그 사회 시류에 동참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얼마나 복잡한 세상인가! 이처럼 언택트 문화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되레 점점 복잡한 시스템으로 가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묵은 관습, 방법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우리는 혁신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혁신’, ‘디지털 혁신’, ‘언택트 혁신’… 우리는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크고 작은 혁신을 한꺼번에 겪고 있다. 하지만 혁신이란 달콤한 말에 속아 그 변화 가까이 있는 ‘사람’의 존재를 간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