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발전 위한 첫 발걸음 내딛다
의과학 발전 위한 첫 발걸음 내딛다
  • 유민재 기자
  • 승인 2021.09.0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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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우리대학 홈페이지에 의과학대학원(가칭) 설립 계획이 발표됐다. 융합대학원 내 대학원으로 2023년 3월 개원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 가능성도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의과학 미래를 개척해 나갈 의과학대학원에 대해 살펴본다.

의과학대학원 설립 배경
우리대학의 의과학대학원 설립은 첫째로 바이오산업 육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2%가 채 되지 않고, 승인된 신약 수도 적어 △IT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작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취약함이 드러난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바이오산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대학에서도 관련 분야 투자와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생명공학연구센터(PBC)를 통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왔으며, 최근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 등이 설립됐다. 그 결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수준이 되고 많은 벤처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다. 대학 연구자들이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를 파악하고, 임상 시험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넘어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의과학대학원을 통한 의사 과학자(이하 MD-PhD) 양성이 필요하다.
두 번째 목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을 의료 산업의 리더와 정책 결정자로 육성하는 것이다. 환자를 직접 보살피는 임상 영역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의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MD-PhD가 정책 결정자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의사를 신약 개발의 주역으로 꼽고 있다. 의과학대학원의 PhD 과정을 통해 연구개발의 의미에 대해 이해한다면 임상을 넘어 제품 생산, 더 나아가 국가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선발 대상과 혜택
의과학대학원은 첫해 박사과정 학생 20명을 모집하며, 의사면허 소지자인 MD (Medical Doctor) 학생을 절반 정도 선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공계 학사 졸업자도 입학할 수 있고, 선발 과정은 일반대학원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집중 연구 분야는 △신약 개발 △인공장기 △줄기세포 △뇌과학 △영상의학 △진단 △바이오 재료 등으로 우리대학의 기존 연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들로 선정됐다.
장학과 병역 혜택에 대해서는 현재 의과학대학원 설립 위원회 교수들과 지속해서 논의 중이다. 기존 학생과 동일한 조건으로 전문연구요원에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MD 학생의 경우 나이를 고려해 경제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의과대학과 병원을 방문해 MD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는 한편, 창업, 인공지능 등 미래에 활약할 영역에 대한 맞춤형 교육도 제공하려 한다. 그 외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 및 관련 연구소, 체인지업 그라운드 등 우리대학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이다.

기대효과 및 졸업생 진로
의과학대학원의 목표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큰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최고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단독 연구보다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학 △연구 시설 △병원 △글로벌 제약 회사 등이 한곳에 모여 있는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 LabCentral이 좋은 예시다. 우리대학 역시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국내 유일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 창업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클러스터 구축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의과학대학원은 플랫폼으로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의과대학과 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역 의료 환경 개선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세계적 거점 병원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의 저명한 암 병원인 MD앤더슨암센터가 일례인데, 해당 병원이 위치한 텍사스 메디컬센터는 △병원 △의과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 △연구소 등 여러 기관이 모여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의학과 기초 과학의 연계가 활발하다.
졸업생의 경우, 국내외 △학계 △의료계 △연구계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MD로서 임상 분야 외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회 및 산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MD-PhD 졸업생들이 임상 외의 분야에서도 만족스럽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위치를 확보할 계획이다.

진행 상황 및 앞으로의 과제
의과학대학원은 C5 건물 내 마련된 공간에 들어설 예정이며, FACS 및 고해상 광학현미경 등 공용기기를 구매 중이다. 또한, 의과학대학원 설립 위원회를 구성해 교원 초빙, 중점 연구 분야 및 커리큘럼 설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화학과 △생명과학과 △기계공학과 △IT융합공학과 등 여러 학과 교수들로 구성돼 있으며, 의과학대학원 설립 이후에는 초빙된 교수들이 JA 교수(Joint Appointment)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MD-PhD 교원을 초빙하기 위한 공모가 나간 상태로, 지난달 20일에 1차 지원이 마감됐다.
한편, 의과학대학원에 이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대학병원이 설립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된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인 만큼, 먼저 의사 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정부와 이해관계자에게 설득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