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버’를 응원합니다
당신의 ‘존버’를 응원합니다
  • 유민재 기자
  • 승인 2021.06.2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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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계에서 가장 화두가 된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가상화폐일 것이다. 일반적인 투자 심리로는 매도해야 할 상황임에도 매수나 홀딩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기에 ‘침팬지가 돈을 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선물 옵션 등과 같이 종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도박이나 복권만큼 확률이 낮은 것도 아니다. 수익률조차 상상을 초월하기에 누구나 한 번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별다른 준비 없이도 큰돈을 벌 수 있어, 가상화폐로 수익을 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 역시 가상화폐만큼이나 운의 영향을 매우 받는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다. 우선,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재능의 영역이 존재한다. 재능은 뛰어난 머리가 될 수도, 특유의 센스가 될 수도, 수려한 외모가 될 수도 있다. 선천적 재능뿐 아니라 후천적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데, 이 또한 운의 영향이 강하다고 본다. 재능보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재능이 없다면 몇 배 더 큰 노력을 해야만 겨우 따라잡을 수 있고, 그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미시간주립대 잭 햄브릭(David Zachary Hambrick)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음악, 스포츠, 게임 등의 분야에서는 노력의 비중이 약 20%, 학술 분야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함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재능과 노력이 모두 갖춰졌더라도, 이를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성과를 냈는지와 타인 및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은 다른 문제다. 또한 선점 효과라는 것이 있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야만 비로소 경쟁이 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한 학기가 다시금 끝났다. 각자 성적, 인간관계, 내적 성장 등 다양한 목표와 함께 학기를 시작했고 이제 그 성적표를 받아든다. 항상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적표를 집어 든 당신은 만족할 수도, 노력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할 수도,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재능이든 노력이든 결국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재능이 부족하다면 노력을 통해 비슷한 수준을 성취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노력이 부족했더라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추억을 쌓았다면 충분하다. 매 순간 일희일비하며 자신 탓, 사회 탓을 하다 보면 행복한 삶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전에 불행한 삶이 된다.
모든 것은 운에 달렸으니, 흘러가는 대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미래와 현재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과거를 반성하는 사람이라면 자책하지 말고, 조급할 필요 없이 잠시 부담을 내려놓아도 된다. 미래를 위해 ‘존버’할 당신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