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벡터
노력의 벡터
  • 문병필 기자
  • 승인 2021.06.27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학년도 1학기는 내가 겪어본 14년 학창 시절 중 가장 바쁜 학기였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수면과 식사 시간을 조절해야 할 정도로 노력해야 겨우 내가 만족할 만큼 과제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만족은 상대적이라 내 기대치를 낮추면 좋겠지만, 이미 기대치는 당시 상황에 고정돼 포기할 수 없었다. 이번 학기를 살면서 스스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여러 번 자문했다. 그래도 나는 이번 학기가 힘들고 싫다기보다는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학생으로 산 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정말로 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노력은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내 주변에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 전자회로를 비롯해 나를 공부하게 만드는 과목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줄어든 대면 활동 같은 주변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자유 의지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같은 외력이라고 생각한다. 외력은 삶이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확률적으로 발생하는 운명 같은 것이다. 내가 사회적 외력을 거스를 만큼의 힘을 줘서 삶의 방향을 틀어도 되지만, 그만큼 속력은 줄어들고 원하는 만큼 멀리 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현재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노력을 보태서 더 멀리 가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선택은 현실에 순응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대학 학생들은 내가 속했던 어느 집단보다도 주어진 방향으로 속력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내가 이번 학기에 열심히 살게 된 이유도 존경할만한 주변 학생들 덕분이다. 어느 날부터 공부를 시작하더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 분반 선배, 학과 수석에 가까울 정도지만 밤을 새우며 노력하는 친구들 덕분에 나도 열정적인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속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삶의 방향이라고들 한다. 공학보다는 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반수를 결정한 친구,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공학을 선택하게 된 친구, 공부보다는 창업이 맞는 것 같아 창업하는 친구 등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삶의 방향을 정한다. 그들을 보면 나만 현재 방향이나 상태에 안주해 생각 없이 노력하는 것인가 하는 걱정도 된다. 
자신의 벡터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하고, 얼마나 큰 힘을 줘 삶을 이끌어 나갈지는 개인의 자유다. 열정이 넘쳐 최대한 큰 힘을 줘 삶을 살아가고 싶을 수도 있고, 지금 잠시 그냥 제자리에 머무르고 싶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아직 삶의 벡터를 수정할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여태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으로 힘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사회가 주는 외력에 따라 흘러가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많은 길을 걸어온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