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歷史),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역사(歷死)로 남다
역사(歷史),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역사(歷死)로 남다
  • 유민재 / 김성민
  • 승인 2019.06.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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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해석되고 기록된다. 과거라는 것은 이미 지나간 시간이며, 없어져 버렸으니 대화할 수 없는 대상이다. 현재의 인간이 대할 수 있는 과거는 그것의 흔적인 사료뿐인데, 사료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역사는 인간이 사료를 탐구하고 현재와의 연관성을 찾아냄으로써 기록된다.
본지는 『연세춘추』 제1743호, 『성대신문』 제1486호 대학생의 역사 인식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영감을 얻어 ‘포스테키안의 역사 인식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 기간은 5월 2일에서부터 23일까지였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 일부를 합쳐 총 296명이 답했다. 근현대사 역사 문제의 정답률은 81%로 높았지만, ‘우리대학 학부생이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과 ‘우리대학은 역사교육에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평균 10점 만점에 4.9점과 3.1점을 주었다.
설문 조사 문항은 기존 조사의 참여율과 응답 길이를 고려해, 근현대사에 대한 사실을 묻는 11문항과 역사에 대한 관심 정도를 묻는 16문항으로 다소 짧게 구성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우리대학 구성원이 역사에 대해 환기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역사 인식 부족한 대학생, 역사 교육 필요

대학생 4명 중 1명이 광복기념일의 날짜인 1945년 8월 15일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20대 남녀 대학생 4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6.0%의 학생이 광복연도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경일임에도 대학생 3명 중 1명이 별다른 추모나 기념을 하지 않았고, 39%의 학생만이 국경일에 태극기를 직접 게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기 문양에 대한 질문에도 41.4%가 오답을 선택해 충격을 더했다.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수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6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과 중고생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안보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전쟁의 발발연도에 대한 질문에 52.7%의 청소년이 모른다고 답했다. 한국 전쟁뿐 아니라 △국경일의 의미 △독도 △위안부 문제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역사조차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재의 원인으로 중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지적한다.
2016학년도까지 수능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었던 만큼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주로 역사가 아닌 다른 과목을 선택했고, 교사들 역시 역사를 중요 교과목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조차 숙지하지 못하게 됐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뒤늦게 학생들의 역사 인식 및 기본 소양 고취를 위해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지만, 역사교육은 여전히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공식 학내언론사인 서강일보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사 공교육을 받은 학생은 98.6%로 대부분이 역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를 신뢰하는 학생은 30.7%에 불과했다. 역사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로 58.6%가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금기시하는 교육 분위기’를 들었으며, ‘역사 사실의 왜곡’과 ‘민족주의적인 교육’ 때문이라는 의견이 그 뒤를 이었다. 역사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 역시 22.8%에 그치며 암기와 입시 준비에 치우친 현 역사 교육방식의 민낯이 드러났다.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을 넘어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진짜’ 역사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 역사교육 현황

POVIS의 개설교과목정보를 참고해 2007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에서 열린 역사와 관련된 교과목을 조사했다. 인문학과 관련된 전공이 없어 모든 인문과목이 교양과목으로 열릴 수밖에 없는 우리대학의 특성상 역사 교양과목의 개설 또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사의 경우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 과목이 거의 해마다 한 학기에 개설됐다. 우리나라의 근대 이전의 역사를 다루는 ‘한국 전통사회와 문화’ 과목도 이번 2학기부터 새롭게 개설된다. 한국사가 의무교육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기본 소양이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우리대학에서의 한국사 교육의 수요를 줄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학우들 스스로 한국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다만 수강인원은 강의정원의 절반 이상이었는데, 다른 분야보다 한국사가 익숙해 자신 있다고 생각했거나, 한국사를 더 깊게 배우고 싶은 학우들이 수강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사 이외에도 ‘20세기 세계사’, ‘세계 문명의 이해’와 같은 특정 시대에 초점을 맞춘 세계사 과목과 △유럽 시민혁명과 자본주의, △중국 근현대사의 이해, △유럽 근현대사의 이해, △일본사, △미국사 등 특정 지역에 초점을 맞춘 세계사 과목이 개설됐다. 그리고 사회 각 분야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과학사, △동아시아과학기술사, △서양음악사, △서양문화사, △현대미술사, △한국기업사 등의 과목이 매년 1~5과목씩 개설됐다. 각 과목의 수강인원은 최소 10여 명에서 최대 60여 명으로 편차가 매우 컸다. 학우 개개인이 관심 있는 시대나 지역, 분야에 대해서 과목을 정했거나 과목별 요구사항, 다른 과목 강의 시간과의 중복 여부 등 종합적인 요소를 따져 수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