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무은재학부 학생들의 학과선택이 마무리됐다. 아무래도 필자는 졸업을 앞둔 4학년이기에 무은재학부 학생들의 대학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4학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우리대학에서 보냈고, 경험했다. 이 경험들에 기반했을 때, 필자는 무은재학부의 도입으로 인해 우리대학의 장점들이 다소 희석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 무은재학부와 관련된 이 걱정들을 풀이해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대학은 소수정예 대학을 기치로 높은 교수 대 학생 비율을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무은재학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학공학과나 컴퓨터공학과의 2학년 전공과목들을 보면, 소수정예식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필자의 2학년 때와 비교해보면 해당 과목들은 10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수강인원이 늘었다. 현재까지의 학과의 대응은 강의 장소를 더 큰 대형강의실로 옮기는 수준에 그쳐 있다. 이 학생들이 실험기자재 등을 필요로 하는 고학년 과목을 수강해야 할 때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또한, 우리대학은 높은 대학원 진학률을 바탕으로 연구중심대학을 운영해왔다. 무은재학부 학생들이 학부과정까지는 인원 제한 없이 학과를 선택하더라도 이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각 연구실의 입학정원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몰린 학과는 대학원 진학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면 또 다른 서열화를 가져오거나 유능한 연구자를 놓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은 학과 학생들 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긴밀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현재 정책상 무은재학부 학생들이 2학년 1학기 이후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1학기에 집중된 학과 행사들에 참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무은재학부 차원에서도 개강총회나 학과 MT 등에 학생들의 참여를 제한한 바도 있다. 이는 학과 학생들 사이에 관계를 정립할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무학과 정책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학과 간 경쟁을 통해 학생 친화적인 대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앞서 말한 사항들이 지나친 걱정이거나 과도한 오지랖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담당 교직원분들이 이미 많이 고민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무은재학부 학생들이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정책 사항에 대한 공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담당자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포항공대신문 인터뷰나 기고문을 통해 잘 마련된 대책을 설명해준다면 이런 걱정들이 다소간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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