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12건)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대 참사가 있었다. 범인이 채 밝혀지기도 전부터, 분노와 슬픔에 가득찬 미국인들의 시선은 아랍으로 향해 있었고, CNN은 기쁨에 겨워 축포를 발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모습을 담은 정체불명의 수상한 필름(걸프전때의 영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됨)을 전세계에 방송하고 있었다.범인은 아랍계로 굳어져 가고 있는 듯 하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를 당한 이유는 ‘자유’와 ‘기회’가 가장 빛을 발하기 때문이며 테러리스트들을 문명에 저항하는 ‘evil’로 규정했다. 바야흐로 ‘불의’에 맞서 ‘정의’가 일어서며, ‘악당’을 분쇄하기 위해 ‘보안관’이 일어서는 헐리우드 식의 이분법이 완성되고 있는 순간이다.냉전 종식 이후, 한동안 테러리즘을 다룬 영화에서 악역은 아랍인들이 도맡아 했다. 그들은 비행기를 납치하고[델타 포스, 화이날 디씨전], 고층건물을 점거하며[트루 라이즈], 버스와 초등학교를 날려 버린다[비상계엄]. 힘이 지배하는 국제 정치 구도하의 약자에게 있어, 테러리즘은 자신들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전달하려는 극히 ‘비정상적인’ 메시지 전달수단이다.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전달하려던 메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9-19 00:00

시행착오 아쉽지만 락의 대중화 가능성 기대 커8월 12일 6시, 광안리 해수욕장. 한 쪽 구석에 마련된 무대에는 WWF에 나올 듯한 거구들이 독일 인더스트리얼 밴드 ‘Rammstein’의 를 연주하고 있다. 관객들은 사운드에 맞추어 미친 듯이 몸을 이리 저리 부딪치고, 보컬은 이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마이크 스탠드를 집어던진다.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더스트리얼 밴드 ‘Psychotron’은 8월의 무더윔나큼 뜨겁게 광안리를 달구고 있었다. 이번으로 3회를 맞는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의 한 모습이다.하지만 4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많이 달랐다. 공연장에서 슬래머(몸을 이리 저리 부딪치는 사람)는 커녕 헤드뱅어(머리를 미친 듯이 흔드는 사람)도 보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공연 자체의 수가 너무 적어서, 1년에 한 두 번 있는 ‘소란’, ‘자유’ 등의 공연에서나 락 음악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97년 ‘락레코드 악마주의 사건’과 같은, 락은 일부의 극성 매니아만을 위한 음악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주는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대규모 락 공연은 한국에서 성사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 후 상황은 많이 변하였다. 올해 열리는 수많은 공연들이 이를 보여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08-29 00:00

‘나가기 귀찮은데 음료수 하나 기숙사로 배달해 주는데 없나’포항공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이런 생각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특히 편의점이 쉬는 날이거나 비라도 내려 밖에 나가기 싫은 날엔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했을 듯 싶다. 얼핏 황당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겨 본 사람들이 있다. 박광범(기계3), 박기범(컴공3) 쌍둥이 형제가 그 주인공.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동시에 우리학교에 재수해서 입학한 조금은 보기 드문 케이스이다.그들이 만든 포마트(www.pomart.co.kr)란 것은 일종의 인터넷 쇼핑몰이다. 포마트 홈페이지로 가서 원하는 물품들을 클릭한 뒤 ‘남자 기숙사 1동 걖곂!?라는 주소만 입력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물품을 방 앞까지 배달해 준다. 게다가 가격이 지곡회관 편의점보다도 싸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배달만 제 시간에 이루어진다면 정말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메가 마켓 같은 곳에 갈 때 친구들 몫까지 한꺼번에 사서 나눠주는 그런 일에서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학생들에게 신속하면서 값싼 물품을 방 앞에서 편히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있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기범 학우는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6-14 00:00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책들이 근래처럼 ‘발칙한’ 제목을 가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기존의 가치관과 정면으로 대치되거나, 도덕적 혹은 상식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단어 혹은 어구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무수히 많다. ‘현명한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거둔다 - 80/20 법칙’(리차드 코치 지음/공병호 옮김 - 21세기 북스) 역시 예외가 아니며 그 내용 역시 상당히 ‘도발적’이다.개인적으로는 작년 10월에 발간되자마자 읽었으며, 항상 가까이 두고 다시 꺼내보곤 하는 아주 애지중지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요지는 ‘세상 모든 일의 결과는 원인의 20%에서 그 결과의 80%가 나오며, 나머지 80%의 원인에서 결과의 20%가 나온다.’ 즉, ‘노력 = 결과’, ‘투자한 시간 = 좋은 결과’라는 기존의 ‘선형적 사고’를 부정하며 세상은 ‘비선형적’이란 것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아울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20%’에 집중적으로 노력과 정열을 아끼지 말 것을 강조한다.인정하기 싫은 이 법칙을 저자는 ‘개념’, ‘개인’, ‘기업’, ‘사회’의 네 목차마다 아주 구체적인 예를 풍부하게 들어가며 강조한다. 또한 기존의 사고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며 거

문화 | 신윤철 / 산공4 | 2001-06-14 00:00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그 곳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2기가 서있다. 그 탑들은 경주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감은사지 3층 석탑이다.책에서 보고 사람들에게 들은 감은사지 석탑은 예술작품이었다. 사진을 보면서도 그렇게 큰 감흥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멀리서 차를 타고 쌍탑으로 다가설 때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다가서서 탑을 올려다보았을 때는 놀라움이었다. 13여 미터에 이르는 탑은 중후하면서도 날씬해 보인다. 탑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는 감동으로 말문이 막혀 ‘아, 감은사, 감은사, 감은사여!’라는 말만 계속 되뇌이였다고 하던가.사실 글로 느낌을 써 봐야 실제로 가서 만지고 보는 감흥을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다. 감은사는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한 후 부처님의 힘으로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이곳에 절을 세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아들인 신문왕이 그 뜻을 받들어 즉위한지 2년 되던 해인 682년에 완성한 사찰이다. 문무대왕은 유언을 하기를 내가 죽으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하니 화장하여 동해에 장사지내도록 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대왕암이며 부왕의 은혜에 감사하여 사찰을 완성하고 이름을 감은사라

문화 | 강향주 / 생명2 | 2001-06-14 00:00

과거 TV가 세상을 지배하던 때, 사람의 생각, 행동들은 일방 통행적이었다. 누군가가 공연을 하면, 그것을 잠자코 보기만 하는, 그리고 다 끝나면 열심히 박수를 쳐주면 그것으로 훌륭한 공연을 보았다고 그때는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현재를 대표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인터넷은 TV와 기본적으로 소통방식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일방 통행적이라기 보다는 쌍방 통행적이고 수동적이라기보다는 능동적인 행동양식을 지향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보다는 연극이, 클래식 음악 연주회보다는 풍물패의 난장 공연이 더 ‘21세기적’일 것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21세기적인 행사다. 이 춘천 국제마임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있었던 행사로, 국내 38개 극단과 해외 5개국 9개 극단이 참가하여, 마임과 함께, 연극,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 필자가 다녀온 도깨비 난장공연은 마임 페스티벌의 꽃으로, 서울 청량리역에서 도깨비 열차를 타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공연과 제의를 경험하면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행사이다. 이는 난장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적 의미에서 재해석한 독특한 형식의 이벤트이다. 마지막 밤을 난장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가장

문화 | 문재석 기자 | 2001-06-14 00:00

‘이곳에서 배우게 되어 긍지 느낀다’우리 학교는 교수, 학생, 연구원 등의 신분으로 있는 외국인이 백 명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국제화’된 캠퍼스지만 이 중 상당수를 중국 또는 대만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만에서 온 유학생들은 포항제철과 기술협정을 맺은 중국 철강 회사 사람들로서 우리학교 내에 있는 철강대학원에 많이 찾아와 공부를 하고 있다.이번에 만나본 추핑텅 씨는 그런 철강대학원 학생 중 한 명이다. 추 씨는 중국철강회사 직원으로 현재, 회사의 경비 지원을 받아 철강대학원에서 표면 처리와 부식에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라는, 그것도 포항이라는 먼 곳에서 가족과 떨어져 공부하는 것이 많이 힘들다” 며 다음달 하순, 가족을 보러 대만에 가게 될 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학교에서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해주어, 방학 때면 아이들을 한국을 초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그는 철강대학원이 따로 설립되어 있는 학교가 많지 않은데다가 그 중에서 포항공대 만한 여건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어, 우리 학교로 오게 된 것을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말한다. “비록 대만에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많은 경비가 들기는 하지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5-30 00:00

바흐가 아름다운 ‘골드베르크(Goldberg) 변주곡’을, 베토벤이 불멸의 ‘디아벨리(Diabelli) 변주곡’을 작곡했다면 슈만은 신비스러운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를 남겼다. 변주곡 스타일의 8개의 악장들로 이루어졌으며 총 연주시간이 30분이나 되는 이 곡은 호프만의 소설 속의 주인공, 악장 크라이슬러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됐다고 한다. 단 나흘만에(!) 완성된 이 신비하면서도 열정적인 명곡에 대해 슈만은 그의 연인 클라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A positively wild love is in some of the movements. ‘작품은 기원에서부터 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곡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환상적이며 아름답다. 대략적으로 격정적이며 신비스러운 악상과 고요하며 사색적인 악상이 한번씩 번갈아 가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도입부는 연속적인 셋잇단음표를 사용함으로써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거세게 시작된다. 다음 악장에서 분위기는 돌연 급변해서 애틋하면서도 환상적인 적막감이 흐르는데 이내 곡은 열정에 휩싸이게 된다.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서 곡은 세 번째 악장으로 넘어가고 이쯤 되면 곡은 어딘지 모르는 미궁 속에 빠져든

문화 | 전재형 / 물리 석사과정 | 2001-05-30 00:00

포항에서 24km 남쪽의 운제산 동쪽기슭에 있는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절로 원래 이름은 항사사였다. 현재 대웅전, 나한전, 자장암, 원효암이 계곡에 있으며, 운제산 북쪽기슭의 홍계폭포와 동쪽의 오어저수지 등의 풍치가 뛰어나다. 항사사(恒沙寺)에서 오어사로 개명된 데 대해서는 원효와 혜공의 일화가 전해진다.어느 날 원효와 혜공이 절 앞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다가 원효가 돌 위에 변을 보았다. 이에 혜공이 “그대가 눈 변은 내가 잡은 물고기일 것이오”라고 희롱했다. 이후부터 절이름이 오어사가 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남아 있다.현재 오어사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조선 영조17년(1741)에 중건한 대웅전을 중심으로 종각(가학루), 삼성각, 응진전, 산령각이 있다. 절 곁에 있는 깎아지른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절 뒤편 바위 위에 올라 있는 암자로 가는 길은 선경처럼 아름답다.오어사가 있는 운제산 꼭대기에는 대왕암이 있는데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옛부터 기우제를 지내는 곳으로 쓰인다. 또 80대의 보살님들 가운데 임진왜란 중에 유물을 지키기 위해 못 속으로 많은 문화재를 묻었

문화 | | 2001-05-30 00:00

한때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던 적이 있었다. 한번은 집에서 밥을 먹다가 부모님께서 “허준 같은 큰 사람이 되어라.”라고 말씀하시는 통에 먹다 체할 뻔 했던 기억이 난다. TV의 역사 드라마라는 것이 ‘역사’이기 이전에 ‘드라마’이다 보니 고증보다는 시청률에 더 중점을 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 역사에 사료가 그렇게 많이 남아있는 인물의 생애를 그토록 왜곡시킬 수가 있는지 의아했었다. 실제 스승이었고 허준의 생애에 많은 도움을 준 은사인 양예수를 적수로 묘사하고 200년이나 후세의 인물인 유의태를 스승으로 등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어차피 역사에 남겨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인물을 재창조해내는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역사 드라마를 보는 한 즐거움이긴 하다. 중국, 일본, 한국의 역사에는 각기 애꾸 영웅(獨眼龍)이 등장하여 흥미를 끈다. 당(唐) 말기에 이름을 떨친 이극용, 일본 전국 말기 에도 막부 성립의 감시자이자 든든한 배후였던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 그리고 우리 역사의 궁예가 그들이다. 외눈으로 두눈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본다고 호언하던 이들은 동시에 운명의 여신에게 버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5-30 00:00

마주 보기 부담될 정도로 부리부리한 눈빛,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표정, 지난 4월 30일 정통연 중강당에서 있은 “도올의 논어 이야기” 녹화현장에서 본 도올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도올 김용옥씨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서 대만과 일본에서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중에 다시 원광대에서 한의학을 공부를 하는 등 남다른 정력과 열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가 손 댄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의 논어나 노자에 대한 강의가 방송 매체에서 소개되고 특유의 달변과 행동이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많은 지지자가 생겨났지만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에서부터 시작된 도올 비판 역시 많은 지식인의 지지를 받으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학계 엘리트라 자부하면서도 사회나 철학에는 일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포항공대생들에게 도올은 어떠한 시각으로 비춰질수 있을까? 강연 주제는 ‘과학, 생명, 논어’였다. 그는 21세기는 분명 과학의 시대이며 그 주역은 과학자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스스로가 시대의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며 시대의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5-09 00:00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 소설에서 사람들이 꺼리게 되는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흔히 장편소설을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한 권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다섯 권, 열 권씩 늘어지는 책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고, 읽을 시도조차 선뜻 하지 않는 것을 나는 많이 봐 왔다. 그래서 지금 소개하려는 이 책, 토지에 대해서 짧게 소개한다는 것조차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무려 16권이나 되는 이 책-권당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음을 쉬이 알 수 있다-을 그 길이에 압도당하지 않고 선뜻 읽을 수 있게 소개한다는 것 또한 어이없는 짓이라 겁이 난다. 하지만 첫째로 재미있었고, 둘째로 감동적이었고, 그 외 에도 복잡한 여러 가지 느낌을 가지게 해준 이 책을 나는 용감히 소개하겠다. 그 전에 먼저 덧붙여둘 것이 있다. 나는 토지가 우리 문학사적으로 어떤 업적을 남겼고 가치가 있고 하는 것들은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가, 나는 단순히 그것만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그럴 수밖에 없음)임을 당부해 두고 싶다. 토지는 평사리를 중심으로 마지막 후손이 된 서희와 그 일가, 그 마을사람들의 삶을 일제시대

문화 | 강향주/ 생명 2 | 2001-05-09 00:00

A: 그 머스마가 니 마음에 안등다 그 카드나? 계속 꼬시보지? B: 만다꼬... (한숨을 쉬며) -가 만든 국어사전중에서“만다 그라노? 만다꼬?”= “What’s up? What’s going on?” ‘왜 그래?’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쓸데없는 짓 한다’ 정도로 해석가능하다. 화들짝 놀란 척, 걱정하는척하며 안면부를 약간 찡그리거나 목소리를 귀엽게 질질 끌면 걱정의 강도가 더욱 깊어진다. ‘만다꼬’ 뒤에(!) 표가 붙으면 ‘다 부질없다’ 라는 극단적 해석도 가능, 실제로 사랑의 아픔을 이 한마디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 땐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 , 엄청난 흥행과 함께 부산사투리를 정겹게 만들었다. 의리, 우정만 있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의 향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에 뒤를 이은 향수시네마, 그렇다면 “내가 니 시다바리가?” 라는 명대사를 넘어 가 던져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를 만든 곽경택 감독은 최근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남겨줄 건 하나의 단어다. 바로 ‘그리움’ 이다.”그리움의 마케팅 / 혜은이, 패티김, 조용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이름이지만 요즈

문화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2001-05-09 00:00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업을 위해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며 지나다니게 되는 학생회관. 여기에는 여러 학생 자치단체 사무실과 동아리방 등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각 층의 홀은 동아리 및 여러 모임의 단골 이른바 학생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년부터 야간 관리를 맡고 있는 김병수 씨를 만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편한 일은 아니죠. 사람이 밤에 일하고 낮에 자면 몸이 축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잖아요. 야식으로 컵라면 하나 먹고 하긴 벅찬 면이 있죠.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얌전하고 착해서 한결 수월해요” 군대에서 최전방 경계를 서면서 100km 행군도 해봤다는 김병수 씨는 이곳의 경비를 맡으면서 그때 만큼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맡는 구역이 공학 4, 5동과 학생 회관인데 밤에 몇 번 순찰하는 게 생각보다 큰일이더군요.” 라는 말과 함께 물집 잡힌 발바닥을 보여주며 웃는 그를 보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학생회관에 도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작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회관에서 술 먹고 뒷정리를 잘해 주었으면 좋겠어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4-18 00:00

방도시에 탐방대 선발시 우리 아프락사스 팀이 응모한 주제는 Bioinformatics였다.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공부할 여건도 리더도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극히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여행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외국으로의 장기간의 여행을, 그것도 전혀 아는 사람 없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 모두 바쁜 학업 일정으로 교수님들께 연락하고 스케줄을 짜고 논문을 읽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 이외엔 그곳에 어떻게 가서 살아남을 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무작정 떠났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언니는 우리에게 ‘용감하다’면서 기내에서 제공되는 포크와 나이프를 휴지에 싸주었다. 우리처럼 준비 없이 가다간 막상 도착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이 포크와 나이프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언니의 조언(?)은 충분히 우리를 긴장시켰고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첫 목적지였던 santa cruz는 한국인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인조차 마주하기 힘든 곳이었기에 힘겨움은 한층 버겁게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간 UCSC에선, 교수님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았다. Bi

문화 | 김혜진 / 컴공 석사 1 | 2001-04-18 00:00

도서관 입구를 들어서서 바로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대출실이란 곳이 있다. 대출과 반납, 멀티미디어 자료관리 등 포항공대인이라면 한 번 쯤은 들러보았을 이 곳은 도서관 이용자들의 접촉도가 제일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대학 설립 초창기인 지난 87년부터 근무하고 있는유상진씨를 만나보았다.“참 정신없이 바빠요. 지난 2월 명예퇴직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람이 많이 그만두어 그런지 요즘은 밤늦게까지 일할 때도 많아요. 10명이 일하던 것을 6명이서 해야 하니까요.” 정리해고 바람이 포항공대라고 피해가지는 않는가 보다. “연봉제, 성과급 등 예전에 없던 제도가 생겨나는 바람에 자기 개발에 힘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네요. 부담이 되긴 없지만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하는 유상진씨는 자신도 도서관에 출입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을 대비해 영어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예전과 요즘의 학생들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제가 처음에 포항공대 왔을 때는 사람도 적고 해서 그런지 대개 친밀한 분위기였어요. 학생들 얼굴도 거의 다 알고 서로 인사도 반갑게 하고 통집에서 만나면 술을 같이 먹기도 했죠. 특히 축제 때는 옛날이 확실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문화 | 신동민 기자 | 2001-03-28 00:00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www.soribada.com)의 지적재산권 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오프라인’상의 음반산업협회와 ‘온라인’상의 네티즌들 사이에 대립과 충돌은 갈수록 거세어져 가고 있다. 정보의 공유라는 인터넷의 기본적 의의 차원에서 네티즌 입장과 저작권 침해라는 법적 대응으로 맞서려하고 있는 협회 입장은 서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7월 미국음반협회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냅스터를 제소한 사건에서 협회측 손을 들어줬으며 항소에서도 역시 음악파일 배포중지 명령을 내렸다.우선 소리바다가 ‘저작권 침해의 범법자인가, 정보의 자유화를 이끄는 전도사인가’에 대한 답은 접어두고서라도 정보공유에 대한 문제는 항상 ‘Copyright’라는 현실적 대응과 팽팽히 맞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정보의 공유에 관하여 Copyright에 반하는 Copyleft는 쉽게 말해 Copyright를 반대하는 주의에 서있는 입장이다. Copyright의 ‘right(권리)’를 풍자하기 위해 그리고 반대하기 위해 사용한 ‘left’라는 단어는 저작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원문의 내용을 크게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배포와 이용

문화 | 곽근재 기자 | 2001-03-28 00:00

이 영화는 흡사 촌부(村婦)의 궁상스런 자식자랑을 연상시킨다. 논 팔고 소 팔아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으며 고생고생 공부시켰더니 요번에 서울 대기업에 취직했다 어쩌구 하는… 물론 이 영화는 젊은 관객의 짜증을 유발할만한 청승맞음 대신 세련되고 때로는 단호한 화술로 진행되는 현명함을 보인다. 예컨대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흘러나오던 The Clash의 경쾌한 펑크 은 시대의 암울을 볼모로 우리의 눈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발랄함은 그것이 소년 빌리의 시선에서 관찰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 덕분에 그 장면은 탈현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11세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밖에서 벌여야 하는 몸싸움과 곤봉세례의 의미와 원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혹은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카메라가 형과 아버지의 세계, 현실의 세계에 포커스를 맞추면 영화는 여지없이 신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동료를 배신하고 탄광으로 향하는 아버지가 형과 뒤엉켜 통곡을 하는 장면은 언제 손수건을 꺼내야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강요라는 신파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현실과 탈현실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는

문화 | 이재윤 / 생명 4 | 2001-03-07 00:00

작년 12월 타계한 미당 서정주를 뒤따르듯, 운보 김기창도 올해 1월 말 유명을 달리했다.한 사람은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서, 한 사람은 우리나라 화단의 거장으로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인물들이다. 미당은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표출함으로써 그 이름을 떨쳤고, 운보는 귀머거리란 장애를 딛고 청록산수, 바보산수 등의 독자적 예술 영역을 개척하며 남긴 2만여점의 작품을 통해, 동양화와 서양화의 이분법을 초월한 한국화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붙을 수 없을 만큼 이토록 칭송을 받는 이들의 이름에도 항상 따라붙는 오명(汚名)이 있으니, ‘친일 예술인’이 바로 그것이다.혹자는 그들이 일제 하에서 어떤 행동을 했던 간에 그들의 예술성과 업적이 그것을 덮을 만큼 뛰어나다고 칭송하기도 한다. 혹자는 예술은 예술이고 정치는 정치라고 한다. 그 둘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고, 그들의 장점은 나름대로 우리가 지켜보고 평가해주어야 하며, 거기에는 어떤 시비도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제 치하에서 부역을 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변명이 있으니, 김 기창 스스로 말했듯이 “평범한 인간이면 누구나 환경의 지배를 받게

문화 | 박정준 기자 | 2001-03-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