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인터넷 내용 규제
[문화비평] 인터넷 내용 규제
  • 선용진 / 문화연대 정보팀장
  • 승인 2002.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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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자칫 검열로 왜곡되어서는 안될 것

초기 인터넷의 출현은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정보의 유통,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이슈화 등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의 정보의 처리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화가 되면서 현실세계에서는 보지 못하는 다른 문제점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는 인터넷의 내용규제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가장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인식되어 온 인터넷이 이제는 어떻게 디지털 컨텐츠를 규제할 것인가가 최대의 쟁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파문 또한 같은 문제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매체의 내용규제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오랫동안 온라인상의 검열로 비판받았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이다. ‘불온통신의 단속’을 규정한 제53조의 제1항과 이것에 근거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설치를 규정한 제2항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다.

사실 ‘온순하지 않다’는 뜻의 ‘불온’이라는 말 자체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용어이다. 이 말은 저 악랄한 일제로부터 시작해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이어졌던 ‘폭력통치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보다 폭력이 권력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비판과 토론과 합의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심지어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권력은 권력의 탈을 쓴 폭력일 뿐이다. 이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그런 폭력이 권력의 행세를 해 왔으며, 이런 행세를 하는 데 ‘불온’이라는 말이 아주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이제 ‘불온통신’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얼마전 정보통신부의 개정안을 보면서 과연 법원의 판결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내용규제의 기준과 내용규제의 주체 모두에 대해 내려졌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개정안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대상 가운데 내용규제의 기준에 대한 결정만 반영하고 내용규제의 주체인 정보통신부장관의 명령권에 대한 결정은 반영하지 않았다.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내용규제 권한을 존속시키는 것은 또 다른 헌법 위배인 것이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일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체의 특성에는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것이다.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의 직접적이거나 위임한 권한 내에 있지 않다. 명예훼손 등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은 이미 현행법률과 사법 주체들에 의해 판단되고 처벌되고 있다. 현행법률로 신종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부족함이 있는 사이버 성폭력 등의 영역에서는 행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발전적이라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무엇이 사기 혹은 성폭력 등의 불법 행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통신의 내용에 대한 판단과 처벌 권한을 갖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행정력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규제는 검열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정보통신부만이 아니다. 문화관광부도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규제의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나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한 규제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정부의 규제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고, 시민단체로부터 많은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불법정보를 방치하는 것은 사이버스페이스를 혼탁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이 된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의 인터넷 내용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안의 하나로 법원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의 불법적 내용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며, 법원의 관여에 의한 절차가 반드시 오래 걸리거나 복잡한 것일 필요는 없다. 법원의 업무에는 소송이나 영장에 관한 업무 외에도 정리회사관리나 상법상의 각종 신청에 대한 허가업무와 같은 행정적인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법원이 표현물에 대한 ‘허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법원의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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