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공연 문화의 현실
[문화리뷰] 공연 문화의 현실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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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문화 활성화는 대중 문화 육성의 ‘핵심 축’

가요계와 방송계 비리 파동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대중문화를 살리기 위한 고민이 여러 대안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어느 분야에서보다도 문화계에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연예비리 파동은 돈과 인맥이 없으면 가수들이 방송매체를 통해서 대중 앞에 나서기 조차 힘들었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중문화의 건전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에 그 방향이 모아지고 있다.

대중음악이 음악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문화 활동이 가요계와 방송계에의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대중음악이 힘을 키우려면 근본적으로 대중문화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색을 담은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들이 음악에서 실험성을 추구하고 경연을 벌이는 장이 되는 공연은 새로운 인적 자원의 배출구로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의 음악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공연 문화의 활성화라는 대중문화 육성의 근본적 대안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주류 음악을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 그나마 서울의 홍대 주변이나 신촌 쪽에 있던 클럽들의 수도 최근 많이 줄고 있는 실정이며 전문적인 음악 공연장의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클럽들의 경우, 문화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적으로는 유흥장소로 인가된 상태이다. 공연장소 문제와 함께 공연에 드는 경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언더 밴드의 공연이나 소규모 비주류 장르의 공연은 스폰서를 구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신예 락 그룹과 최고의 그룹이 공연을 펼치며 락 문화 활성의 메카로 여겨지던 소요 월드 락 페스티발이 갑작스럽게 극단적으로 연기된 이유 중 하나도 월드컵, 부산 아시안게임 등의 큰 행사와 수해로 인하여 기업체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기업의 광고를 위한 공짜 이벤트 공연이 난무하는 현실 또한 공연 문화의 긍정적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매년 10월 초에 열려 올해 4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하 쌈싸페) 같은 문화 마케팅 이벤트의 경우, 꽤 지명도 높은 밴드들의 공연까지 볼 수 있음에도 입장료는 형식적인 수준(1000원)으로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 문화 수혜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볼 때, 이는 문화 접촉의 기회를 넓히는 좋은 장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기업체에서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상품 판매를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무료 이벤트 공연들 때문에 유료 공연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이 증폭되어 시간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일반 대중의 공연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공연 환경의 지역적 편중도 큰 문제이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 혜택의 기회 때문에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누릴 기회를 갖기가 힘들다. 물론 서울도 공연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방의 경우 그 수와 질이 더욱 열악하다. 공연장 시설이나 장비 등의 문제로 더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성공 가능성 여부에 따라 지방 공연은 아예 시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교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 <문화 콜로퀴움> 덕택에 지방에 있으면서도 그나마 접할 수 있는 정기 문화 공연의 수가 많은 편이지만 공연 문화의 질을 따져본다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

공연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문화 시설이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나 소규모 시설을 늘려야 하며 공연을 위해 드는 형식적이고 소모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책임감과 신뢰성 있는 전문 공연기획자를 양성하고 공연을 위한 자본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른 거대 페스티벌 - 서태지의 공연, 쌈싸페 등으로 인하여 매력을 상실하고, 스폰서십을 얻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연기된 소요 월드 락 페스티벌은 아무리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기획자 능력의 부재에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공연 문화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메탈 페스트 같은 경우, 기획 측면에서 부족한 점도 많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쉽게 메탈 공연을 접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관심과 열의를 보여야 할 기존 락 매니아들의 참여도마저 매우 적어 공연장이 매우 썰렁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이 공연을 펼쳐도 잘 찾아가지 않는 국내의 공연 문화는 공연을 주관하는 기획자와 정부, 공연에 참여하는 대중들이 함께 노력하여 개선되어야 한다. 공연 문화의 활성화는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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