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미지 시대!
이제는 이미지 시대!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3.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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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무엇을 말하고 있는거니?’

이해되지 않는 영상과 의미없어 보이는 스토리, 연관성 없는 음악, 독특한 향기의 결합. 이것들의 조합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참신한 이미지가 탄생한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는 이미지의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각적인 광고 한 컷은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제품의 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이미지다. 이미지가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이미지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비단 상업성을 논하는 제품시장에서만 벌어지겠는가?

21세기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정보와 지식, 감성,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로 산업적 가치에 문화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더욱 큰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때이다. 우리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미지란....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하고 자문하다 보면 막상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각적으로 구현된 이미지이다. 텔레비전에서 접하는 드라마 형식의 광고들, 이미지 광고들, 잡지나 신문의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들. 그러나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각적 이미지가 그 전부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지라는 것은 시각 이외에도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전 감각을 총동원하여 의식세계 또는 무의식세계에서 세상이 주관적으로 변용되어 투영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이것은 수용하는 주체나 만들어 내는 주체에 따라서, 문화적 차이에 따라서 상당히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이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존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외부 객관적 상황의 단순한 모방이나 기계적이고 일반적인 반응을 담은 것이 아니다. 다르지만 그러면서도 개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역설을 안고 있는 것이 바로 ‘이미지’이다.

이미지는 선일까, 악일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광고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이미지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마법의 성’ 노래를 깔고 정이 넘치는 가족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삼성은 휴머니즘을 꿈꾸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고 TTL도 참신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신세대들을 겨냥해 시장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성공적’ 이미지 구현 이면의 해악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지가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사고를 단순화시켜 버린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다른 것을 따져볼 겨를 없이 세뇌당할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지는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측면도 있다. 평상시에 우리는 무언가 느끼면서도 표현해낼 마땅한 도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볼 수 없었던 사물에 대한 생각을 기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미지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미처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의 느낌, 특성을 구체화시키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가치를 부여해 볼 수 있다.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대상은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보는 이의 체질, 정신적 상태 등에 따라 대상은 언제나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형태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본질을 재창조하고 내적 속성을 재현해내는 이미지는 느낌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또한 느낌을 강렬하게 어필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그렇기에 이미지는 수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신한 사고의 발상을 유도해 낼 수 있다.

‘마당발’ 이미지

이미지는 비단 광고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좀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이미지의 특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이미지는 상당히 추상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미지는 과학 대중화 과정에서도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추상과 구체를 접목시키고 복잡한 논리를 제한된 공간에서 시각화하는 것이 가능한 이미지는 수많은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서 복잡한 지식이 대중에게 익숙하게 접해지게 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인식할 내적인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과학적인 사고는 상상력과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이미지에 귀결하고 있다. 이미지는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탁월한 매개체다.

이미지는 실재하지 않는 이상을 상정하고 그것에 도달하는 것을 지향하는 교육에도 큰 역할을 한다. 교육 과정 속에서도 그림이나 삽화, 도표 등으로 압축하여 보여줄 수 있는 기제인 이미지가 피교육자들의 학습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지는 각 주체들을 교육함에 있어서 미래지향적 설계를 구체화하는 데에 이바지 한다. 상상력을 기저로 하는 이미지는 창의적이고 균형잡힌 인간을 교육하는 데 필수적인 매개이다. 이미지를 통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사고의 틀, 사유의 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를 균형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며 자율적인 인격체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 내게도 한다. 삶의 근본으로서의 미덕을 가르치고 사회의 금기를 일깨우고 그 의미를 자문케하고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더 나아가 인간의 근본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것도 상상력을 일깨우는 교육 중의 하나다.

이미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에서 이용되고 있는 이미지는 우리 인식의 틀을 바꾸는 데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흑백논리식 이원론을 약화시키고 이질적인 것을 수용하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 를 통해서 우리는 E.T라는 이질적인 존재, 우리와는 다른 존재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 친화적 존재라는 이미지를 수용하게 됐다. 그리고, 이미지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틀거리를 제공한다. 이미지의 변화는 즉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것에 균형성을 부여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균형에서 우리와는 다른 속성을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낯선 것에도 이성적인 가치 부여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 들어서야 이미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그 광범위한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미지는 이미 여러 영역의 기반이 되고 있다. “예술은 상상력의 소산이며, 예술 자체가 바로 이미지의 왕국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 자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미지다. 또한 초감각적이고 실재하지 않는 신성의 세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종교도 이미지에 의해서 가능하다.

이미지는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기 보다도 사람들의 사고나 인식을 잠식해나가고 다양한 영역에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실로 크다. 얇은 기호적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우리 존재 의미와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결국은 우리의 삶 자체와 사회 전체를 바꾸는 데에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또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미지는 중요하고, 선용되어야 한다. 이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상상력을 계발하고 인간의 성찰 기능을 높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모색을 포함한다. 이미지가 그리는 세상을 한번 바라보자. 그곳에 우리가 꿈꾸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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